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식, 아직 갈 길이 멀다

2014-03-2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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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경제팀 기자)

‘세계 속의 한식’, ‘한국의 맛’, ‘한식 세계화’. 최근 수년간 심심찮게 들었던 말들이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이 붐을 일으키며 덩달아 한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제는 한식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져 뉴욕에서 만나는 타인종들은 삼겹살과 소주를 어렵잖게 말한다.

그러나 뉴욕과 뉴저지 등 한인 밀집 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한식당은 찾아보기 어렵다. 얼마 전 마이애미를 휴가차 다녀온 일이 있었다. 히스패닉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이곳에 한식당은 단 한곳도 없었다. 그러나 일식당은 블록에 하나씩은 자리하고 있었다. “마이애미에 일본인이 많이 살고 있나?”라고 생각했지만 마이애미 인구 중 아시안은 3%에 그친다. “아직 한식이 퍼지려면 멀었구나”를 느낄 때였다.


이렇게 일식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데에는 1980년대 중반 일본이 세계경제를 주도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본의 거대기업들은 당시 자금난에 허덕이던 헐리웃의 굵직한 대형 영화사를 인수하고, 제작되는 영화 속에 일본문화를 담아 퍼뜨렸다.

미국 음식 관련 TV 쇼에도 코리안 푸드와 셰프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미셀 오바마가 김치를 담그는 시대가 왔는데도 왜 아직 한식이 전국적으로 퍼지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대중들이 보다 쉽고 부담 없이 한식을 즐길 수 있을까.

미동부한식세계화추진위가 각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마련한 토론회를 취재한 적이 있다. 퓨전 일식 레스토랑에서 매니저로 있는 한분은 한식이 좀 더 단순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십 가지에 이르는 반찬, 그것이 반찬인지 애피타이저인지도 모르는 타인종들에게는 오히려 한식에 대해 어렵게 느끼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종업원들이 일일이 반찬에 대해 설명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고기쌈의 경우도 고기에 쌈장과 마늘 등을 얹어 상추에 싸먹는 방법은 한식을 좀 먹어봤다는 사람들이나 알 수 있는 것이다. 맨하탄에 있는 한국식 술집 ‘한잔’의 데이빗 이 셰프는 ‘어떻게 하면 보다 쉽게 손님들이 한국의 고기쌈을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테이블에 깔리는 종이에 만화로 쌈 싸는 방법을 소개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어 반응이 좋단다.

온라인과 모바일 사용도 늘려야 한다. 요즘은 온라인 웹사이트 ‘오픈테이블’(open table)을 통해 식당을 예약하고 ‘심레스’(seamless)를 통해 음식을 주문한다. 그러나 많은 한식당 중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하는 곳은 많지 않다. 있다 하더라도 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국정부는 물론 지역 한인들이 열심히 ‘한식 세계화’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중간점에도 오지 못했다.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춰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미국 구석구석까지 한식당이 퍼지게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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