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5개 만점)
▶ 웨스 앤더슨 감독 코미디 범죄액션물
부다페스트 호텔 엘리베이터에 앉은 구스타브 H.와 마담 D.(오른쪽부터). 뒤 소년은 로비보이 제로.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스타일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쓰고 감독하는 웨스 앤더슨(‘팬태스틱 미스터 팍스’ ‘문라이즈 킹덤’)의 영화로 지적이자 감정적이며 생동감 넘친다. 온갖 장르를 짬뽕한 반 파쇼영화이자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는 고즈넉한 향수감 짙은 신기한 작품이다.
사랑과 살인, 배신과 음모 그리고 도둑질과 우정이 있는 스릴러이자 범죄영화요 또 탈옥과 도주와 추격이 있는 액션영화로 얘기 속의 얘기가 첩첩히 쌓인 여러 갈래의 플롯이 교묘하게 직조됐다.
국제적 올스타 캐스트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오밀조밀한 내용과 촬영과 세트와 의상 등 안팎으로 볼 것이 많은데 앤더슨 팬들이 특히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앤더슨 영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다소 혼란스럽다는 느낌을 갖게될 것이다. 앤더슨은 다른 사람들의 영화인 ‘샤이닝’과 ‘스리 스투지스 영화’ 및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의 일부를 빌려다 쓰면서 이들 작품을 치하하고 있다.
1985년 동유럽의 가상국 주브로브카의 알프스 아래 온천호텔 그랜드 부다페스트. 과거 부자들의 휴양지였으나 지금은 쇠락해 손님이 거의 없는 이 거대한 호텔에 묵은 작가(탐 윌킨슨)가 그가 어떻게 해서 1968년에 이 호텔에 오게 되었는지를 회상하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시간은 과거로 돌아가 작가(주드 로)는 이 호텔의 신비에 싸인 주인 제로 무스타파(F. 머리 에이브래햄)로부터 그가 호텔의 주인이 된 내역을 듣는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동의 고향을 떠나온 수줍고 체하지 않는 소년 제로(토니 레볼로리)는 호텔의 로비 보이. 그는 보라색 턱시도를 말쑥하니 차려 입고 매사에 빈틈이 없는 활기찬 호텔 콘시에르지 구스타브 H.(레이프 화인즈가 완벽한 연기를 한다) 밑에서 일하는데 둘은 상하관계에서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구스타브는 호텔 손님인 돈 많고 고독한 나이 먹은 여자들의 애인 노릇도 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84세난 마담 D.(틸다 스윈튼)의 총애를 받는다. 그런데 마담 D.가 의문의 죽음을 맞으면서 그의 죽음의 침상으로 제로를 데리고 달려간 구스타브는 마담이 자기에게 고가의 그림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그림을 노리는 사람들은 마담의 아들(에이드리안 브로디)을 비롯한 수많은 일가친척들. 아들은 잔혹한 킬러(윌렘 다포)를 고용해 구스타브를 처치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구스타브는 엉뚱하게 살인누명을 쓰고 투옥된다.
구스타브는 자신ㅌ의 누명을 벗기 위해 감방 동료(하비 카이텔)의 도움을 받아 탈옥을 하는데 밖에서 구스타브의 탈옥과 도주를 돕는 것이 제로와 그의 충실한 약혼녀 아가사(셔시 로난). 일부러 엉성하게 만든 탈옥과 도주의 장면이 재미 있다. 앤더슨은 작품의 영감을 오스트리아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슈테판 즈바이크로부터 받았다고 말한다.
R. Fox Searchlight. 아크라이트(선셋과 바인), 랜드마크(피코와 웨스트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