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재곤 회고전’ 문화원서 7일 개막
▶ 20년간 남미 유랑 인간과 생명 탐구 원초적 향수 물씬
박재곤의 작품 ‘삶의 뿌리’(1992).
죽고 나서 그 예술혼이 빛나는 작가들이 더러 있다. 박재곤(1937~1993)이란 화가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35세 때 남미로 들어가 근 20년을 유랑하다가 귀국했는데, 한국에 돌아간 지 1년도 안 돼 작고함으로써 화단을 허탈에 빠뜨린 기이한 삶의 주인공이다. 그가 방랑의 여정에서 찾아 헤맨 것은 삶의 뿌리였는데, 어쩌면 그 뿌리가 맞닿은 곳, 마침내 그가 찾아낸 근원으로 속절없이 돌아갔는지도 모른다.
오는 2월7~26일 ‘박재곤의 긴 여정’(PARK Jae Kon, The Journeysof His Life)이란 제목의 회고작품전을 개최하는 LA 한국문화원의 김영산 원장은 “고 박재곤 작가는 우리가 그의 세계를 더 알기도 전에 떠나버렸다”고 아쉬워하면서 “동양문화와 역동적인 라틴문화가 융합된 고 박재곤 작가의 작품이 어쩌면 이곳 LA 다문화 속에 사는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전시 목적을 밝혔다.
박재곤은 생의 대부분을 여러 지역을 다니며 작품 활동을 했기 때문에 전 생애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번 전시에서는 35점 이상의 대표작들이 소개된다. 최희선 큐레이터는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가진 유작전(‘미스테리오’)을 계기로 가족들이 흩어져 있던 작품들을 수집하여 보관하였기에 이번 전시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원초적 삶에 대한 향수’가 녹아든 그의 작품에는 우리 문화와 역동적인 라틴 문화가 절묘하게 융합돼 있으며, 원으로 상징되는 만다라의 세계와 남미 특유의 화려한 색채가 어우러져 있다.
박재곤은 전후 한국 추상미술을 이끈 ‘60년 미술가협회’의 회원이었으며, 색채에 대한 섬세한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추상을 완성시켜 온 작가다.
1960년 서울대학교 미술회화과를 졸업하고 1972년 한국을 떠나 1992년 귀국하기까지 20여년 동안 삶의 뿌리의 근본을 찾아 캐나다 퀘백을 시작으로 멕시코, 타이티, 파라과이, 우루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지역을 헤매고 다녔다.
특히 아마존, 칠레, 페루 등을 돌아다니며 인간의 본질과 생명의 신비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는 여정을 계속했던 그는 1990년부터 한국과 아르헨티나를 드나들며 전시활동을 하였고, 1992년 아르헨티나 국립미술관의 초대전을 마지막으로 기나긴 외국의 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와 정착한 지 1년도 못되어 병으로 타계했다.
유랑자요 보헤미안이었던 작가가 유랑을 멈춘 후 1년을 견디지 못하고 작고한 사실은 예술과 유랑 그 자체가 그에게 있어 삶을 견디는 힘이 아니었을까, 하고 지인들은 추측한다. 평론가 오광수의 말처럼 박재곤의 ‘유랑’은 차라리 ‘순례’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작품을 이루는데 작용하는 주 동기는 우리 개개인의 영혼 속에 존재하고 있는 인류의 신성함과 속세를 원형 속에 담고 있는 무한정 깊은 만다라의 세계가 아닌가 싶다. 끊임없이 자아를 완성하고자 하는 과정에서의 삶, 근본적으로 상응되는 사실들과 화해시킴과 자신을 실현시키려는 욕망의 삶, 이런 것들을 작품 속에서 표현하고 싶다”(박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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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