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버 데이 (Labor Day) ★★★½
프랭크(조쉬 블로린·왼쪽)와 아델(케이트 윈슬렛)이 부엌에서 춤을 추고 있다.
공식적으로 여름철이 끝나는 레이버 연휴 동안에 일어나는 탈옥수와 그를 숨겨주는 젊은 어머니 간의 촛농이 피부에 떨어지는 감각을 느끼게 만드는 여성용 최루물이다. 신파극의 정형과도 같은 영화로 로맨틱하고 또 에로틱한 멜로드라마이자 서스펜스 기운이 담긴 스릴러이기도 하다. 조이스 메이나드가 쓴 소설이 원작으로 젊은 감독 제이슨 라이트만의 인물들에 대한 연민과 이해 그리고 차분한 연출이 가슴에 와 닿는다. 볼만한 작품이다.
어린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분출구가 막힌 고독한 여인이 탈옥수를 자기 집 안에 숨겨주면서 밀폐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3자간의 미묘한 감정적 인간적 관계를 그렸다. 영화는 아들의 관점에서 얘기된다(토비 맥과이어의 내레이션.)1985년. 8월의 마지막 주말 노동절 연휴. 매서추세츠주의 교외에서 13세난 조숙한 아들 헨리 윌러(개틀린 그리피스)와 단 둘이 사는 이혼녀인 아델(케이트 윈슬렛)은 남자의 사랑과 보호가 필요한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불안정한 여자다.
아델이 개학을 앞둔 행크(헨리의 애칭)와 함께 아들의 옷을 사려고 동네 수퍼에 들렀다가 탈옥수 프랭크 체임버스(조쉬 브롤린)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아델은 타의 반 자의 반으로 그를 자기 집안에 숨겨준다. 프랭크는 아내 살인죄로 20년형을 살고 있던 중이었다. 그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얘기되는데 이 부분이 현재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프랭크는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라기엔 무척 민감하고 자상하며 또 상냥한 사람이다. 이런 프랭크가 아델과 행크의 삶에 개입하면서 아델에게는 남편 그리고 행크에게는 아버지와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프랭크는 행크에게는 자동차 타이어 바꾸는 법과 야구공 받는 법을 가르쳐 주고 아델에게는 파이 굽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이 가족의 일원이 되다시피 한다.
이로 인해 아델은 그동안 갈급했던 애정의 수분을 프랭크로 부터 마음껏 빨아들이면서 영육이 다시 활짝 피어나고 행크도 나름대로 성장한다. 그러나 행크는 프랭크로부터 어머니를 보호하겠다는 본능과 함께 프랭크로부터 자신을 남자로 인정받고자 하는 갈등에 빠진다.
둘 다 서로가 필요한 고독한 두 남녀의 눈물 짜는 멜로물이자 소년의 성장기로 노골적인 섹스신은 없으나 뜨거운 여름을 배경으로 아델과 프랭크가 서로에게 조심조심 접근하면서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애정의 작은 제스처와 표정이 매우 에로틱하다. 영화에서 가장 자극적인 장면은 프랭크가 아델의 손을 잡고 파이 굽는 법을 가르쳐주는 장면이다. ‘고스트’에서 패트릭 스웨이지가 드미 모어를 뒤에서 끌어안고 함께 도자기를 만드는 장면을 생각나게 만드는 섹시한 장면이다.
늘 무언가를 동경하는 듯한 슬픈 눈동자를 지닌 윈슬렛이 섬세하면서도 농익은 연기를 보여주고 노스탤지어 무드를 자아내는 꿀빛나는 촬영도 좋다. 지난해 말에 골든 글로브(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위해 1주일간 상영했다가 이번에 본격적으로 전국적으로 상영된다.
PG-13. Paramount.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