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한경미 l 문제 엄마

2013-12-17 (화) 12:00:00
크게 작게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말로 용기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말은 중요하다. 부모의 말 한마디로 자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그로 인하여 비뚤어진 마음이 싹틀 수 있기 때문에 부모는 말할 때 참 조심해야 한다.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 어느 책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엄마와 자녀와의 대화에서 “엄마, 오늘따라 밥 냄새가 좋아요”라고 하자, “너, 오늘 뭐 잘못 먹었니?”라고 대꾸하고, 자녀가 “도시락 싸주니까 좋아요”라고 하자 엄마의 반응은 “니 엄마가 겨우 도시락 싸주는 사람으로 보이니?”라고 말한다는 책을 읽으며 ‘이런 엄마는 문제가 참 많구나’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이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했었다. 더군다나 몇년 전 청소년 자녀교육 강의를 하면서도 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자녀에게 격려의 말, 용기를 주는 말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 나로서는 자녀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주 전 동부에 눈이 올 때, 아들에게서 “엄마, 눈이 왔어요”라는 문자가 왔었다.

그때 내 답은 “캘리포니아 촌놈 흥분했겠네”라고 했다. 눈이 오지 않는 곳에서 15여년을 살았으니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리는 것이 신기하고 흥분된 일이었으리라 짐작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으로 우리의 대화는 끝났다. 더이상의 문자가 없었다. 나도 말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무심결에 자녀에게 함부로 말하는 엄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 주워담을 수 없었다. 나도 참 별수 없구나라고 자책하고 이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어제 다시 문자가 왔다. “엄마 눈이 또 왔어요. 너무 예뻐요”라고. ‘아이고, 감사합니다’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답을 했다. “그래? 엄마도 눈이 보고싶다.” 그러자, 눈 덮힌 사진이 전송되어 왔다. 성공이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자녀에게 말실수를 하고 있지나 않는지 돌이켜볼 일이다. 혹시 실수가 생각났다면 만회할 기회를 간절히 기다리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