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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해가는 공장마을… 힘겨운 인생

2013-12-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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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광로로 부터 (Out of the Furnace) ★★★½(5개 만점)

▶ 전쟁 귀향군인 등 현실적 문제 짚어

몰락해가는 공장마을… 힘겨운 인생

러셀(크리스천 베일·왼쪽)이 동생 로드니(케이시 애플렉)와 얘기를 하고 있다.

이라크전판 ‘디어 헌터’를 연상케 만드는 흙냄새 나고 거칠도록 사실적인 러스트 벨트에 사는 블루칼러의 비참함을 그린 드라마다. 미 중산층의 몰락과 함께 전장에서 귀향한 군인들의 사회적응 문제 등 현실적인 명제를 제출한 의미를 지닌 영화이긴 하나 단순히 문제 거론으로 그치고 있지 진짜로 실속과 알맹이가 있는 본질적인 논의는 없다시피 하다.

고상하고 의미 있는 의도를 내용과 인물 천착으로 진지하고 깊이 있게 다뤘다기보다 피상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스캇 쿠퍼 감독(‘크레이지 하트’)은 이런 현재 미국이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끈질긴 형제애와 함께 복수 스릴러와 접목시키면서 영화가 다소 멜로드라마 화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뛰어난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와 함께 몰락해가는 공장마을과 주변 자연경관을 찍은 쓸쓸하고 아름다운 촬영 그리고 미국의 현실적 문제를 새삼 일깨워 주고 있는 점 등으로 인해 권하고 싶고 볼만한 영화다.


2008년. 뉴저지 산속의 흉악한 범죄단 두목 디그로트(우디 해럴슨이 사악하고 폭력적인 사이코 역을 누워서 떡 먹기 식으로 해낸다)가 드라이브 인에서 애인을 사정없이 패는 장면에 이어 카메라는 펜실베니아의 쇠락해 가는 철공장 마을로 이동한다.

러셀 베이즈(크리스천 베일)는 중국산 철강 수입으로 곧 문을 닫게 될 철공장에서 일하는 근면하고 성실한 남자로 애인 레나(조이 샐대나)와 가정을 꾸리는 것이 꿈이다. 러셀의 동생 로드니(케이시 애플렉)는 이라크전에 4차례나 나갔다가 돌아와 정신적으로 전쟁의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도박과 술로 날을 보내는데 그가 동네 범죄단 두목 페티(윌렘 다포)에게 진 빚을 매번 러셀이 갚는다.

러셀과 로드니는 질긴 형제애로 맺어져 있는데 로드니는 러셀이 자기처럼 공장에서 일하라는 조언에 격앙해 달려든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 전쟁에 나간 내게 미국은 무엇을 해 주었느냐고 항의한다.

그런데 러셀이 어느 날 바에서 술을 먹고 귀가하다가 차 사고를 내 두 사람의 인명피해를 내면서 교도소에 수감된다. 몇 년 후 러셀이 출소했을 때 동네 사정은 더 악화됐는데 레나는 자기를 떠나 마을 셰리프(포레스트 위타커)의 여자가 돼 임신까지 했다. 러셀이 출소 후 레나를 찾아가 만나는 장면이 심금을 울린다.

러셀에게 친절한 사람은 사망한 아버지의 형제(샘 쉐파드)로 둘이 사슴사냥을 하는 장면과 함께 뜨겁고 벌겋게 달아오른 철공장의 용광로 앞에서 일하는 러셀의 모습 등이 ‘디어 헌터’를 연상케 한다.

한편 동네의 불법 맨주먹 권투로 푼돈을 버는 로드니는 페티에게 마지막으로 큰 경기에 나가게 해달라고 졸라 뉴저지 산속의 범죄자 디그로트가 마련한 경기에 나간다. 문제는 로드니가 져야 할 때에도 지지를 않는다는 점.

연기들이 다 좋은데 특히 긴 머리에 수염염소를 한 베일이 옳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나 매번 운명의 주먹질에 얻어맞는 자의 연기를 슬프고 아프도록 절실하게 표현한다. 오스카상 후보감이다. R. Relativity.

아크라이트(바인과 선셋)와 랜드마크(피코와 웨스트우드) 등 일부지역.


<박흥진의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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