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한경미 l 소포에 담긴 사랑
2013-12-02 (월) 12:00:00
“도착했니? 아직 안 왔다고?” 전화기로 안타깝게 소포 도착을 확인한다. 뉴욕에서 공부하는 아들이 이번 추수감사절에 오지 못한다고 하자 부랴부랴 일회용 반찬, 라면과 과자 등을 챙겨서 소포로 보내고 확인하는 소리다. 어른이 다된 아들이 밥 챙겨먹지 못할까 걱정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던 남편은 ‘엄마들은 다 똑같네’라는 혼잣말 소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데 ‘엄마들?’이란 말이 가슴에 박혔다. ‘엄마들, 누구? 아. 시어머니.’ 바로 그 순간, 내 모습이 시어머님의 모습과 같음을 깨달았다.
나는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어머니께서는 가끔 한국에서 김치를 보내주신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갓김치 이런 김치류뿐 아니라 갖가지 밑밭찬들도 보내 주시곤 한다. 그런데 나는 별로 반갑지가 않았다. 어머니 고생하시지 말라고, 여기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심지어는 배달하는 우체국 직원이 냄새나서 싫어한다고 보내지 말라고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사실 달갑지 않았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배달 예상 날짜에 집에 꼭 있어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만약 제 날짜에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한국에서 시어머니는 안타까워하시며 집에서 진득이 기다리지 못한 우리를 원망에 가까운 말씀을 하시고 그런 소리를 듣는 며느리인 나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보내주시는 고마움보다 소포를 기다려야 하는 그 스트레스가 더 컸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 시어머니의 위치에서 안타까워하고 있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사랑하는 방법을 부지불식간에 시어머니로부터 배웠나보다. 아들의 행복한 미소를 멀리서라도 느끼고 싶어서 굳이 소포를 보내는 엄마의 사랑, 이제야 어머니의 안타까워하시는 잔소리 반, 염려 반의 말씀이 고맙게만 느껴졌다. 어머니 아니면 누가 있어 이 미국땅에 비닐로 돌돌 만 김치통을 소포로 보내주겠는가? 오늘 아침, 남편이 한국으로 갔다.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를 시어머니와 보내기 위해서다. 어머니, 아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으로 어머니 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오래오래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