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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에서 대통령까지… 파란만장한 삶

2013-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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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공 만델라 그린 진지한 전기영화

▶ 만델라: 자유에로의 긴 걸음 (Mandela: Long Walk to Freedom) ★★★½(5개 만점)

투사에서 대통령까지… 파란만장한 삶

만델라(이드리스 알바·왼쪽)와 그의 동료들이 재판정에 서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부 만델라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린 전기영화인데 준수하긴 하나 서술방식에 높낮이가 없고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게 하려고 통속적이요 보편타당한 이야기로 만들어 역사적이요 극적인 삶을 산 만델라의 얘기가 소용돌이치는 드라마가 못 되고 교과서적으로 처리됐다.

감독 저스틴 채드윅의 야심과 작품의 규모는 크나 이런 것들이 극적 감동이나 감정 그리고 깊이 있는 통찰력을 비롯해 인물들의 성격 파악이나 개성 표현을 훨씬 앞지르고 있어 그저 하나의 진지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거의 무미건조하다고 할 정도의 기성복 같은 영화로 보통 전기영화의 수준을 못 넘고 있는데 특히 이 영화보다 몇 달 전에 개봉돼 흥행에 실패한 ‘위니 만델라’의 내용과 너무 비슷해 기시감이 있는 것도 문제다.


‘위니 만델라’에서는 만델라로 테렌스 하워드가 그의 아내 위니로는 제니퍼 허드슨이 각기 나오는데 이 영화는 ‘만델라’와 달리 위니의 눈으로 본 만델라와 남아공의 인종차별을 무너뜨리기 위한 위니의 활약을 그렸다.

융통성 없는 직선적인 교과서 같은 아쉬움이 큰 ‘만델라’이지만 볼만한 작품으로 특히 만델라 역의 이드리스 알바와 위니 역의 네이오미 해리스의 연기가 막강하다.

영화는 플래시백으로 만델라의 어린 시절을 보여준 후 그가 성인이 돼 변호사로 흑인들을 돕다가 투사가 되고 이어 반정부 죄로 무기수로 섬에서 오랜 옥살이를 하다가 석방돼 남아공의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50년간의 격동하는 그의 삶을 그렸다.

만델라는 젊은 시절 바람둥이로 결혼을 하고서도 성생활이 문란한데 결국 이것이 하나의 문제가 되어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한다. 그의 두 번째 부인이 위니로 둘은 남아공의 아파트헤이드 정책을 함께 증오하면서 이에 대한 저항운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위니는 만델라가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까지는 남편 때문에 피해를 입는 아내와 어머니로 묘사된다.

만델라의 저항운동이 전국적으로 요원의 불길처럼 퍼지면서 결국 만델라는 동료들과 함께 체포돼 재판 끝에 모두 종신형을 받고 섬에 있는 교도소에 수감된다.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섬에서의 만델라의 생활과정의 묘사가 너무 허약하다.

한편 만델라가 수감된 사이 위니의 반정부 지도자로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위니는 남편과 달리 추종자들에게 폭력과 배신자들에 대한 보복행위를 허락한다. 특히 배신자에게 타이어를 입힌 뒤 불을 질러 죽이는 넥타이 화형식은 악명 높은 처형으로 이런 폭력적 행위로 인해 평화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만델라와 그에 반대하는 위니는 심한 의견대립을 보인다.

흑인들의 끈질긴 저항과 세계 각국으로부터의 압력에 못 견뎌 남아공 정부는 27년만에 만델라를 풀어주는데 그 후 만델라는 위니와의 의견 차이로 이혼한다.

알바의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감정이 따스하고 매력적이며 인간적인 연기와 해리스의 줏대 있는 뜨겁고 분노에 가득 찬 연기가 돋보이는 사려 깊은 영화이긴 하나 피와 열정이 끓어야할 영화가 고지식하게 너무 공식적으로 처리된 것이 큰 결점이다. 상영시간 2시간26분. PG-13. Weinstein.아크라이트, 랜드마크.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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