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존경받는 교수에서 카바레 어릿광대 전락

2013-11-22 (금)
크게 작게

▶ 블루 에인절 (Blue Angelㆍ1930)

▶ 요젭 폰 슈텐베르크 감독 독일 최초 유성영화 걸작

존경받는 교수에서 카바레 어릿광대 전락

가수 롤라(마를렌 디트릭)가 라트 교수(에밀 야닝스)를 유혹하고 있다.

무르익은 카바레 여가수에 대한 욕정 때문에 존경 받는 교수직에서 카바레 어릿광대로 전락, 끝내 광기에 휩싸인 채 숨지고 마는 한 남자의 비극적 변신을 그린 독일산 걸작으로 독일의 최초 유성영화다.

독일 작가 하인리히 만의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독일 중산층의 위선을 풍자한 소설 ‘쓰레기 교수’가 원작으로 독일의 명장 요젭 폰 슈텐베르크(영어 발음 조셉 본 스턴버그)가 감독하고 그와 함께 ‘마지막 명령’에서 일한 연기파 에밀 야닝스가 주연하는 이 영화는 당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마를렌 디트릭을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다.

폰 슈텐베르크와 디트릭은 이 영화를 계기로 연인이 되는데 둘은 나치를 피해 함께 할리웃에 와 ‘금발의 비너스’ 등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특히 영화에서 유명한 장면이 살이 토실토실 찐 탑 해트를 쓴 디트릭이 무대에서 넓적다리를 드러낸 채 선정적인 제스처를 써가면서 약간 쉰 듯한 음성으로 ‘폴링 인 러브 어겐’을 노래하는 장면. 이 노래는 그 후 디트릭의 간판곡이 됐다.


이 영화는 독일판과 영어판으로 동시에 촬영을 했는데 그래서 배우들은 같은 장면을 두 번 연기해야 했다. 1933년 독일 당국은 이 영화를 상영금지 조치에 취했다.

대학입학 준비 고등학교의 존경 받는 엄숙한 교수 이마누엘 라트(야닝스)는 제자들이 동네 카바레 ‘블루 에인절’의 아름다운 인기 여가수 롤라-롤라(디트릭)의 사진을 돌려가면서 보는 것을 적발하고 크게 훈계한다.

다음 날 라트는 학생들을 적발하려고 카바레에 들른다. 그런데 아뿔싸 그만 라트는 롤라가 몸을 비비 꼬아가면서 노래하는 ‘폴링 인 러브 어겐’을 듣고 그녀에게 완전히 빠진다. 롤라를 육체적으로 강렬하게 요구하는 라트는 다음 날 다시 카바레를 찾아가 롤라와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이 사건이 스캔들이 되면서 라트는 교수직을 사임하고 롤라와 결혼한다. 그러나 행복은 잠깐이요 가진 돈이 다 떨어진 라트는 순회 카바레 그룹의 어릿광대가 되어 생계비를 마련한다.

그런데 롤라는 화냥 끼가 심한 여자로 여전히 롤라를 육적으로 갈구하는 라트는 이 때문에 질투에 시달린다. 극단이 순회공연을 마치고 다시 라트의 고향으로 돌아와 ‘블루 에인절’에서 공연을 하는데 막 광대노릇을 마친 라트는 롤라가 자기 새 애인인 차력사와 끌어안고 키스하는 것을 보고 실성지경에 이른다.

라트는 롤라의 목을 조르나 단원들에 의해 죽도록 얻어터진다. 그날 밤 라트는 자기가 가르치던 학교의 교실을 찾아간다. 그리고 책상을 붙잡고 숨진다. Kino Lorber가 독일과 영어판이 함께 수록된 블루-레이를 출시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