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영화 이야기(hjpark@ koreatimes. com)] 필로메나 (Philomena) ★★★★½(5개 만점)
▶ 주디 덴치 주연 심금 울리는 실화
필로메나(주디 덴치·왼쪽)와 마틴(스티브 쿠간)이 필로메나의 아들을 찾아 나섰다.
오스카상을 받은 영국 배우 주디 덴치(78ㆍ그는 지난해부터 시력이 극도로 약해져 각본을 남이 읽어줘야 한다)의 심금을 울리면서도 코믹한 연기가 빛나는 입양된 아들을 뒤늦게 찾는 어머니의 애틋한 드라마로 실화다. 그의 연기뿐만 아니라 내용도 웃음과 눈물을 절묘하게 칵테일시켰는데 ‘여왕’을 연출한 스티븐 프리어스의 차분하면서도 감정과 긴장감이 가득한 연출력이 훌륭하다.
영화는 또 수많은 어머니들과 그들의 잃어버린 아이들에 대한 책임이 있는 가톨릭의 비인간적이요 압제적인 제도의 횡포를 매섭고도 맹렬히 비판하고 있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런 히스테리적인 가톨릭에 대해 분노감마저 일게 된다.
‘아들 찾아 삼만리’ 얘기이자 문화충돌과 걸맞지 않는 두 사람의 진실 찾기 여행기인 코미디 드라마로 소품이지만 궁극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산뜻하고 품위 있는 작품이다. 작품을 비롯해 연기 부문 등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만한 영화다. 원작은 필로메나와 함께 필로메나의 아들을 찾으러 나선 전직 BBC 기자 마틴 식스미스가 쓴 ‘필로메나 리의 잃어버린 아이’.
1952년 아일랜드의 10대 소녀 필로메나 리(소피 케네디 클락)가 사랑에 빠져 미혼모로 아기를 낳으면서 로스크레아 수녀원에 강제 수용된다. 필로메나는 자기와 같은 처지의 여자들과 함께 중노동인 빨래를 하면서 수녀들의 엄격한 통제 하에 살고 있는데 하루에 1시간 아들 안소니를 볼 수 있다. 그로부터 3년 후 안소니는 미국의 부잣집에 팔려가고 필로메나는 그 뒤로 생이별한 아들을 그리워하면서 찾는다. 이 같은 얘기는 플래시백으로 전개된다.
나이 먹은 필로메나(덴치)가 아들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서게 된 것은 전직 BBC 기자로 최근 공직에서 물러난 뒤 다시 저널리즘에 복귀하려는 마틴(스티브 쿠간)을 만나면서. 신을 믿는 소박한 필로메나와 냉소적인 무신론자인 마틴은 로스크레아 수녀원을 방문, 비협조적인 수녀원장으로부터 안소니가 워싱턴 DC의 가정에 입양됐다는 사실을 뺏다시피 해 알아낸 뒤 미국으로 향한다.
자기 집밖에 멀리 나가본 적이 없는 필로메나가 모든 것이 낯선 미국에서 겪는 문화충돌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필로메나와 마틴은 DC로부터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온다. 그리고 둘은 안소니의 최종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고 쉬쉬하고 있는 수녀원과 격렬하게 대결한다.
안소니의 행방을 적극적으로 찾으면서 수녀원의 비인간적 처사에 깊은 분개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마틴. 사실 필로메나는 마틴을 따라 다닐 뿐 안소니를 찾는 일은 마틴이 전담하다시피 한다. 마틴 역의 쿠간이 단호하면서도 인간적인 감정이 충만한 사람의 연기를 준수하게 하는데 그의 이런 연기가 덴치의 순진하고 아담한 연기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둘 다 오스카상 후보감이다.
PG-13. Weinstein. 일부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