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해선 칼럼] 스마트 컴퓨터

2013-11-1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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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나 먹으며 살고 싶으면 make sense 하는 장사를 하고 돈을 벌고 싶으면 make sense 가 안 되는 사업을 해라.”뭐 어떤 철학자의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돈 많이 벌어본 어느 사업가의 자서전 한 구절도 아니다. 또 어떤 세미나에서 들은 말도 아니다.

이 동네에서 같은 대학을 다니던 친했던 친구의 말이었다. 그의 이론은 간단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돈 버는 장사는 혼자 돈 벌게 놓아두지 않는다는 걸 말하는 거였다. 결국 경쟁에 휘말려 피곤에 지치고 만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그러나 make sense 를 안하는 사업에는 경쟁자가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경쟁은 고사하고 하는 사람조차 거의 없으니까. 이친구가 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사업은 여러 방면에서 여러 가지 이었다.

K 마트에 Y 셔츠를 팔았다. 부산에서 만들었다는데, 동시에 격이 두서너 개 높은 백화점에도 같은 셔츠를 팔았다. 똑같은 제품에 상표만 다를 뿐이었다. 서로가 다 알고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절대로 불법이 아니었다. Sears 백화점에 수도 없는 각종 시계를 팔았다. 시계 movement 는 서독 (당시는 이렇게 불렀다) 에서 사오고 조립은 한국에서 해왔다.


서독 광부와 간호사들에게는 깡통에 든 설렁탕을 팔았고 사우디아라비아 파견 한국 근로자들에게도 이걸 팔았다.

Malibu 바닷가에 집을 지어 팔았다. 한꺼번에 10채나.

한국식 갈비 샌드위치를 그 당시 이미 남가주 일대에서 팔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토목공사가 경부 고속도로를 위시하여 활발해지던 무렵 그는 산호세에 있던 FMC 제품 중장비를 사다가 한국의 대 건설업체에 팔기도 했다.

그 후 그는 유럽으로 동남아로 많이 돌아다니다 귀국했다. 그러니 그동안에 또 다른 어떤 make sense 안하는 사업을 했는지는 모른다.

옛날 한창 바쁠 때 누군가가 사업체를 찾으면 이 친구의 말을 많이 해주었었다. 그러나 경쟁자가 없는 사업이란 쉽지가 않다. 때문에 옛날 사업을 찾던 분들은 가차 없이 몸으로 때우는데 마다하지 않던 불도저식 장사 하는 사람들이었다. 구멍가게를 산다. 아홉시에 열 던걸 8시, 7시 더 일찍은 6시에 이렇게 여는 시간을 당긴다.

닫는 시간도 마찬가지. 9시가 10시가 되고, 11시, 12시 이렇게 영업시간이 길어지고 보니 매상은 늘게 마련이다. 그야말로 자신의 몸을 혹사 하는 거다.


이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애들 키워 학교 보내고 시집장가 보내다 보니 한세상 훌쩍 지난다.

옛날에는 일화도 많았다. 그야말로 복덕방에 술 한 병 들고 찾아와 이런 일 저런 일로 동네 이야기 (소문) 가 오가고 했지만 요즘은 아니다. 많이 변했다.

요즘 산호세 지역 우리 한인 사회 식구들이 많아지는지 줄어드는지 그 대답은 모른다. 그러나 분위기만큼은 확실히 변화된 걸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가 그 원흉일지도 모른다. 흐르는 세월 백년을 십년으로 만들어 놓는 컴퓨터가 앞으로 우리 인류 사회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어쩌면 앞으로 우리의 전쟁은 컴퓨터와의 그것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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