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you meet anyone, remember it is a holy encounter.
누굴 만나던 그게 거룩한 만남이란 걸 기억하라.
바야흐로 길거리 가로수들의 단풍잔치가 흐들어지는 중입니다. 불과 며칠새 세상 빛깔이 이토록 달라지다니! 늦가을 바람 속에 물결치듯 날리는 울긋불긋한 낙엽들. 불현듯 아주 먼 태고의 그림자가 흘깃 코 앞에 너울댑니다. 홀연 뭔가 알듯한, 아니, 확실하게 안다는 느낌이 하얗게 무념(無念) 속으로 번지는 순간. 아, 그게 뭐였드라 …… ? 상념이 돌아오는 순간, 그만 저만치 멀어지는 그림자.
아침 산보는 느긋합니다. 걷는 나를 아는 ‘나’와 함께 동행하는 나들이. 한 시간 정도 걷다보면, 걸음걸이는 잊고 그저 걷는 사람이 그렇게 걷고 있습니다. 걷는 나를 느끼는 ‘나’,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나’를 또한 알아차리는 ‘나 속의 나’, 첩첩히 ‘나’를 에워싼 ‘나 속의 …… 나’. 인형 속에 인형이 계속 나오는 마트료시카 러시아 나무인형이 바로 ‘나’라는 걸 느낄 때, 어느새 길 모퉁이를 돌면 바로 집 앞입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강아지는 벌써 문가에서 팔싹팔싹 뛰며 주인[?]을 그토록 반갑게 맞습니다. 몇 달째 같이 살아온 강아지의 반김은 마치 오랫동안 헤어졌다 모처럼 만나는 친구나 애인의 반가움보다 더욱 눈물겹습니다. 매일 보는데 그렇게도 반가울까? 자신의 전 존재를 내던지며 반려인을 반기는 강아지의 울먹임 속에 심지어 ‘거룩함’마저 들어 있음을 느낍니다. 안아 올린 생명의 따스함이 전해집니다.
When you meet anyone, remember it is a holy encounter.
누굴 만나던 그게 거룩한 만남이란 걸 기억하라.
짙은 향의 모닝커피를 한 두 모금 축이며 커피 테이블 위의 두툼한 책을 펼칩니다. 굳이 어떤 페이지를 찾는 건 아닙니다. ‘지금 여기’[Here & Now]의 공시성[Synchronicity]이 가는대로 대뜸 눈에 드는 글귀를 한두 구절 찬찬히 읽는 겁니다.
"A Course in Miracles." 늘 파란 색으로 깔끔한 옷을 입고 있는 단아하기 그지없는 한 권의 책. 우리말로는 ‘기적수업’이라 옮기던가요? 공자님이 가죽 끈을 세 번이나 끊어뜨리며 주역(周易)을 대하시듯, 저 또한 늘 옆에 두고 탐독하는 책입니다. 파란 책 ‘기적수업’, 그 메시지는 늘 한결같고 간단명료합니다.
도합 천 페이지가 넘는 제법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무려 7년 동안 "예수님 목소리’를 받아 적은 결과로 간신히 세상 빛을 보게 된 책이지만, 그리고 많은 이들이 아는 듯 모르는 듯 모르는 듯 아는 듯 대강을 파악하곤 하는 책이지만, "A Course in Miracles"의 메시지는 자명하기 그지없습니다.
세상 속 두려움과 고통의 원인은 오직 신(神)으로부터의 분리[Separation] 때문이다. 그리고, 늘 지속되는 내면의 평화[Inner Peace]는 오직 ‘분리’가 환상이란 걸 알아채는 데 있다. 나는 하느님으로부터 분리된 적이 없으며, 나는 늘 하느님께서 나를 만드신 그대로일 뿐이다. "I am as God created me." 그것만 알아채면 곧 사랑과 평화입니다.
When you meet anyone, remember it is a holy encounter.
누굴 만나던 그게 거룩한 만남이란 걸 기억하라.
아침 산보 후 커피 한 잔으로 만나는 오늘의 수업 내용은 ‘거룩한 만남’입니다. 모든 만남이 곧 거룩한 만남입니다. 인연(因緣)이라지요, 사람의 만남이라는 게. 옷깃만 스쳐도 소중한 인연이라던가요? 누굴 만나던 귀한 인연입니다. 오늘 만나는 존재들, 누구든지 모두 ‘거룩한 만남’입니다.
길 위에서 구걸하는 사람, 병원에 아파 누운 사람, 감옥에 갇힌 사람, 교실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 술집에서 떠드는 사람, 텅 빈 성당에 홀로 앉아 기도하는 사람 ...... 그리고 산책에서 돌아온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 ...... 모두 거룩한 만남입니다.
모닝커피를 다 마시고, 파랗고 두툼한 ‘기적수업’을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으며, 이제 옷입고 세상을 맞으러 나갈 때입니다. 세상이 ‘나’를 맞을 시간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나’의 범주로 드는 시간입니다. 참, 오늘 아침 기적수업은 이렇게 맺고 있었습니다.
As you see him, you will see yourself.
그 사람을 보는 그대로 당신은 당신 자신을 보게 된다.
As you treat him, you will treat yourself.
그 사람을 대하듯 그대는 그대 스스로를 대하게 된다.
As you think of him, you will think of yourself.
그 사람을 생각하는 그대로 당신 스스로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모든 만남이 거룩한 만남일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