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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나치 치하, 어린 소녀의 눈에는…

2013-11-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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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영화 이야기 hjpark@ koreatimes. com

▶ 베스트셀러 영화화, 차분한 감동 스토리

숨막히는 나치 치하, 어린 소녀의 눈에는…

리즐(소피 넬리스)이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귀향한 아버지 한스와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차 대전 당시의 나치 독일의 한 단면을 어린 소녀의 눈으로 본 차분하고 감정적이면서 서서히 감동을 느끼게 되는 잘 만든 단단한 드라마로 원작은 마르쿠스 주삭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 시상시즌에 나온 영화치곤 수퍼스타도 없고 규모도 작으며 또 화려한 면과 감정을 부추기는 멜로드라마적인 면은 부족하나 효과적이요 주도면밀하게 만든 영화로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좋다.

책이 영화의 중요한 구실을 하다는 점에서 역시 2차 대전 당시의 얘기인 케이트 윈슬렛이 나온 ‘책 읽어 주는 소년’이 연상된다. 내용과 연기 외에도 세트와 음악(스필버그 영화의 단골 작곡가 존 윌리엄스) 그리고 촬영 등이 다 좋은 준수한 작품이다.

영화는 죽음의 음성(로저 앨람의 음성)이 해설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죽음은 처음에 상공에서 “나는 생명체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어린 리즐 메밍어에겐 특별히 관심이 있다”고 말하면서 시작된다. 이어 설원을 달리는 기차에 어머니와 어린 병약한 남동생과 함께 탄 리즐(소피 넬리스)이 소개된다.


동생은 죽고 어머니와도 헤어진 리즐은 한 작은 마을의 ‘천국 스트릿’에 살고 있는 가난한 페인트공 한스 후버만(제프리 러시)과 그의 세탁부 아내 로자(에밀리 왓슨)네 집에 양녀로 위탁된다. 한스는 친절하고 상냥한 공처가인 반면 로자는 바가지를 긁어대는 여자이지만 겉과 달리 속은 착하다.

한편 한스는 리즐이 문맹임을 알고 양녀에게 게임하는 식으로 글을 가르쳐주면서 현명한 리즐은 책을 깊이 사랑하게 된다. 나치의 광기가 이 작은 마을에까지 덮치면서 나치 당원들이 광장에서 소위 ‘불순서적’들을 소각하는데 리즐은 용감하게 여기서 아직 덜 탄 책 한 권을 빼낸다.

이를 가상하게 바라보는 여자가 동네 지주의 아내 헤르만 부인(바바라 아우어). 그리고 헤르만 부인은 리즐이 빨래를 배달할 때마다 자신의 죽은 아들의 개인 서재를 이용하도록 허락한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한스네 경제사정은 더 악화하는데 한스는 나치스에 입당하기를 거절해 일자리를 못 얻고 있다. 이런 판에 1차 대전 때 한스의 목숨을 구해주다가 전사한 유대인 전우의 아들 막스 반덴부르크(벤 슈네처)가 쇠약한 몸으로 이 집에 숨어들면서 가난에 위험까지 겹친다.

한스 부부는 막스를 지하실에 숨겨 놓고 극진히 돌보고 리즐은 누워 있는 그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둘 간에 남매와도 같은 정이 영근다. 그리고 리즐은 책을 통해 전쟁의 공포로 부터 위안을 받는다.

한편 한스 부부는 리즐에게 막스 얘기를 리즐 유일한 친구인 루디(니코 리어시)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이른다. 그리고 입당을 끝까지 거절하는 한스는 군에 징집된다.

좀 지나치게 차분해 뜨거운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스의 좁은 집(올 해 베를린에서 촬영 중인 이 영화의 세트를 방문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그대로다)과 거리에서 서술되면서 다소 협소감을 주고 진행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지적으로 만족할 만하다.

따스한 러시와 겉으론 까다로운 왓슨의 대조적인 연기와 넬리스 그리고 슈네처 등이 모두 훌륭한 연기를 한다. 브라이언 퍼시발 감독.

PG-13. Fox 2000.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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