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마음 속에 큰 세상을 품길 원했던 초등학교 선생님은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는 뻔한 질문대신 ‘먼 훗날 우리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라는 시적이고, 은유적인 물음표를 던졌다. 벌써 5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퀸즈 리틀넥의 MS 67중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저스틴 정(11·사진)군은 그 때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정군의 대답은 이랬다.
“아마도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있을 겁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에 불과했던 정군이 바라본 미래는 단순히 의사가 되거나, 변호사가 되고 혹은 유명한 사업가나 정치인이 되는 게 아니었다. 그것보단 여유롭게 대자연을 누리면서 사는 게 2학년 꼬마가 꿈꾸는 삶이었다.
이에 대해 정군은 “자연이 주는 기쁨은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래도 직업은 있어야 할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길이 이끄는 대로 가다보면 나오지 않을까요?”라는 어린 나이답지 않은 대답을 했다.
정군은 네 살 때부터 아빠를 따라 등산을 다녔다. 또래 다른 친구들이 학원이나 한글학교로 향할 때 정군은 산에 올랐던 것이다.
아빠가 정군을 산에 데려간 목적은 간단했다. 강해야 한다는 것과 산을 다니며 남을 배려하는 삶을 배우라는 것.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은 산의 높이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6시간 걸린다. 매주 토요일마다 산에 올랐으니 지난 7년간 오른 산의 거리만 해도 상당할 터. 이 시간 동안 정군의 체력은 강해졌고, 함께 산을 오르는 사람들과의 속도 조절을 통해 배려도 배웠다. 물론 이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아빠와 쌓은 추억은 소중하기만 하다고.
정군은 “산과 관련해 좋은 점을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요”며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힘들고 어렵게 정상에 올라 산바람을 맞으며 멋진 경치를 봤던 때였습니다”고 다소 의젓한 투로 말했다.
정군은 등산 외에도 아빠와 함께 캠핑을 다니며 조수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하고, 크로스컨트리 스키나 골프도 자주 경험하고 있다. 학교에선 풋볼과 야구, 농구 등 접할 수 있는 스포츠는 모두 만나보고 있다. 악기도 피아노와 바이얼린은 기본 이상으로 다룬다.
특히 골프의 경우 지난 6월 우연히 휘두른 공이 홀에 빨려 들어가는 홀인원을 기록해 함께 라운딩에 나선 가족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당시의 홀인원은 정군이 골프에 입문한지 불과 3년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특별했다. 또한 정군이 홀인원을 하기 10분전 또 다른 한인이 같은 홀에서 홀인원을 만들어내 당시 연달아 이뤄진 겹경사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정군이 다양한 야외 활동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지만, 그렇다고 공부에 소홀한 건 아니다. 뉴욕에서 가장 뛰어난 초등학생들만이 들어간다는 명망 있는 헌터중학교에 입학을 위해 정군은 요즘 시험공부에 한창이다. “늘 자신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산악인이 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군은 “하지만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체력을 단련해서 반드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함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