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조상들에게 감사해야 된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10월 3일자 뉴욕 타임스에 실린 기사 중 하나는 남부의 가난한 시민들이 민주/공화 팔씨름 속에서 건강 보험이 없어 허덕이는 참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한 예로 휴스턴에 거주하는 45세의 아빌라라는 싱글맘은 어느 날 등에 심한 진통을 겪어 치료를 받기 위해 36시간이나 어느 병원 응급실에서 차례를 기다려야만 되었다는 거다. 36시간!분명히 돈 없고 보험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로 북적대는 서글픈 참상의 병원이었을 꺼다. 두 자녀를 거느리는 아빌라 아줌마의 ‘죄’ 는 연수입이 1만 7,000달러라는 거였다. 이는 텍사스 주정부와 연방정부 수입 기준이 각각 달라 이쪽을 보면 너무 많이 벌고 저쪽 기준에는 너무 적어서 이도저도 혜택을 못 받는 아이러니한 늪 속에 빠져 있다는 거다.
생각해 본다. 만약 우리 교포 한분이 이런 처지에 있었다면......? 아마 미국 어디서인들 응급실에서 36시간 고통을 받으며 차례를 기다리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Film 을 뒤로 돌린다. 한참을 가다 보니 세상이 우습게 보이던 1960년대 보스턴이 보인다. 아파트 옆방에 사는 노신사가 아침부터 북적 댄다. 아니 그는 그보다 며칠 전부터 그야말로 때 빼고 광내고 있었다. 저 멀리 Florida 에 사는 아들 식구가 온다는 거였다. ‘He is a good boy,’ 그가 말한다. ‘He never misses my birthday.’ 금년에도 아내와 손자 둘을 데리고 저 멀리 Orlando 에서 아버지의 생일을 위하여 온다는 거였다.
아침이 지난다. 점심이 지난다. 벌써 노신사는 복도에 걸려있는 공중 전화통을 수없이 주시 하면서 안절부절 이다. 저녁이 지난다. 다만 밤이 되어서야 알게 된다. 손자 녀석 하나가 갑자기 병이 나서 병원에 있다는 거였다.
‘그러지 않고서야.......’ 주름 잡힌 노신사의 얼굴에 아쉬움과 안도의 한숨이 한꺼번에 흘러 나왔을 꺼다.
가끔 마시던 위스키 병을 들고 노신사의 방문을 두드린다.
‘학생이 공부는 안하고 이런 거 마셔도 되나?’ 말은 이랬지만 그는 무척 반가운 표정이다.
‘내일도 놀잖아요? 일요일 이니까.......’오가는 술잔이 객이나 주인이나 포근하게 마음을 다듬어준다.
‘그럼, 그래서 못 온 거야. 내년에는 꼭 다시 온다고 했어.......‘ 졸음을 이기면서 그는 몇 번이나 이 말을 되풀이 한다.
Florida 에 살고 있는 아들 녀석은 없으니 만약 그곳에 살고 있다면 애비 생일마다 이것들이 올지 안 올지는 알 길이 없다. 산타클라라에 사는 아들 녀석은 하나 있으니 굳이 생일 이라고 골라서 집을 찾지는 않지만 자주 온다. 주로 컴퓨터와 인터넷 문제가 있을 때는 찾아와서 고쳐준다. 그럴 때 마다 엄마는 녀석 밥해 주는 게 재미이자 행복 인 것 같다. 우리 민족은 남의 나라에 와서 그런대로 잘들 살고 있다. 그래서 비교적 바보 같지는 않은DNA를 남겨준 조상들에게 감사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가끔 생각해 본다. 혹시 아들 녀석이 하나 더 있어 Florida 에 살고 있다면.......? 아마도 다른 시나리오에 의한 다른 연출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