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행자 천국’ 조건이 있다

2013-10-1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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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보행자의 천국이다. 길을 건널 때 자동차들이 알아서 사람을 피해준다. 보행자는 도로 상에서 우선권을 존중받으며 여유롭게 길을 건너는 것이 미국의 오랜 전통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여유는 단속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보행 중 교통사고가 늘면서 보행자들에 대한 교통위반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LA 경찰국은 지난 한주 남가주 곳곳에서 횡단보도 교통법규 위반 집중단속을 실시했다. 한인타운에서는 윌셔와 버몬트 교차로에서 단속이 실시돼 운전자들뿐 아니라 보행자들이 대거 티켓을 발부 받았다. 경찰당국이 함정단속까지 동원하며 횡단보도 교통위반을 단속하는 것은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샌퍼난도 밸리의 경우를 예로 들면 보행 중 차에 치여 숨진 사람이 올해 2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증가했다.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경찰국 집중단속의 메시지이다.

보행 중 교통위반은 보통 두 가지이다. 무단횡단과 신호위반이다. 횡단보도가 아닌 데서 길을 건널 때는 티켓을 각오해야 한다. 흔한 케이스가 길가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린 후 바로 길을 건너는 것. 횡단보도까지 가는 수고를 면하려는 건데 예상치 못한 대가를 치를 수가 있다. 아울러 보행신호가 빨간불로 바뀌거나 깜빡이기 시작했을 때 횡단보도로 들어서는 것도 위반이다. 티켓을 받으면 각각 200달러 내외의 벌금이 부과된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본적인 요소는 방심이다. 요즘은 특히 길을 건너면서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느라 주변상황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보행자들이 많다. 신호가 바뀐 줄도 모르고 계속 걷기도 하고 갑자기 튀어나온 차량을 못 봐서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보행자들이 안전한 ‘천국’이 되려면 조건이 있다. 보행자 스스로 조심을 해야 한다. “운전자가 나를 보고 멈춰주겠지” 하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몇 주후 서머타임이 끝나면 거리는 일찍 어두워진다. 운전자가 보행자를 못 보기 쉽다. 보행자 운전자 모두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것이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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