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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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나는 하나님 섭리”

2013-10-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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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파견교수로 임명돼 러시아 국립사범대 교수로 활동함, 미국에서 온 누님으로부터 목사가 되라던 어머니의 유언을 되살려 받음, 불가피하게 망명함, 돌아가신 어머니를 닮은 서울 여인을 신앙의 동반자로 맞이함, ‘예수 재림’ 헛소문에 환멸을 느끼고 하나님은 없다며 신앙을 버림, 하나님의 회초리를 맞아 목소리를 잃고 왼쪽 팔 다리를 쓰지 못하는 불구자가 됨, 아내의 기도와 어린 시절 다니던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의 기도로 신앙을 되찾음, 미국 교회 교인들의 축복 속에 침례를 받고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남...

지난 달 홍성사를 통해 발간한 두 번째 자서전 ‘80년, 7만리’를 스스로 소개하는 김현식 교수 의 신앙 이력의 일부다. 첫 번에 나온 책과 달리 이것은 신앙 간증집으로 분류되기에 문제가 없다. 여는 글에서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따라 평양성경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를 독자들에게 똑똑히 알리고 싶었다고 김 교수는 적고 있다.

그 과정을 본인의 말을 빌어 조금 더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예일신학대학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첫 번 째 자서전을 씀, 미국 해외선교사 재교육 강습소에서 선교 경험을 배움, 미국 내 한인 학생집회에서 북한돕기 단체 ‘Link’를 결성함, 풀러신학교에서 열린 평양 대부흥운동 100주년 학술토론회에서 평양성경을 쓸 것을 최종 결정함, JAMA 집회에서 북한 복음화를 위한 평양성경의 필요성을 호소함, 2008년 평양성경연구소(PBI)를 세우고 평양성경을 쓰기 시작함, 2013년 2월 미국 조찬기도회에서 참석해 북한 복음화를 위해 기도함...


본보를 통해 미주 한인사회에 처음 소개되고 몇 년이 흘러 다시 만난 김 교수는 큰 짐을 던 사람처럼 편안해 보였다. 자서전 출간도 그렇지만 10월 중순경 홍성사를 통해 북한말 요한복음이 단행본으로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번역 판권, 북한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정확한 번역에 대한 학자다운 집념 등이 얽혀 오랜 진통이 있었고 요한복음은 첫 작품이 된다.

김 교수는 “영한 대역인 요한복음은 영어 열풍이 불고 있는 북한에 복음을 소개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어를 배운 북한 주민들이 금방 영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번역했다”고 소개했다. 이 점이 김 교수의 요한복음을 다른 북한말 성경과 크게 차별화 시키는 요소다. 고신대의 재정적 후원을 얻은 북한말 요한복음은 2,000부가 먼저 발간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북한에 영한대역 성경이 들어간다고 해서 진정한 의미의 기독교인이 용납되는 사회는 될 수 없지만 김정은 정권이 ‘종교 자유화’의 제스처는 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삼자교회처럼 정부의 통제, 감시를 받는 교회의 숫자를 늘릴 수 있는데 궁핍한 경제에 도움을 얻자는 이유에서다.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가 종교집단을 무색케 하는 북한의 실정에 대해 김 교수는 “전 주민이 모태 신앙인 북한을 보며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게 하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 너희들은 진짜로 나를 믿느냐”고 물으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북한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북한은 이슬람 국가들과 아주 가까워요. 앞으로 북한에서 나온 선교사 1명은 이슬람 지역에서 한국 선교사 50명이 하는 일을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김 교수는 “하나님이 북한을 끝까지 쓰실 것”이라며 이들의 복음화를 위해 후배들이 계속 북한말 성경 번역 작업을 이어가주길 당부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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