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손예리 l 가끔은, 자연과 함께

2013-09-3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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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얼마나 자연과 떨어져 있는지 자주 잊어버리고는 한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고 자동차 소리를 아침 저녁으로 들으며 하루 중간중간에 빌딩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몇 번 보는 것이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내가 얼마 전 멀지 않은 곳의 농장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서야 내가 얼마나 자연과 떨어져 살고 있는지를 알았다.

추석을 맞아 풍물굿을 하러 내려갔던 유기농장은 정말 단촐한 곳이었는데, 새소리와 닭장 안에서 뛰어다니는 닭들,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많은 채소와 식물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인해 맑고 시원한 공기가 반겨주는 곳이었다. 나도 모르게 편안해 지고 여유로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역시 사람도 자연에서 온 존재라는 사실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다.

농장에 각자 다른 이유로 모인 이들이 똑같이 즐겁고, 행복을 비는 마음으로 악기를 치고 노래도 부르고 농사일도 거들면서, 다들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감사하다”라는 말이었다. 이렇게 맑은 공기가 우리를 채워줘서 감사하고, 사람들이 정성들여 만든 음식과 싱싱한 채소가 있어서 감사하고, 다들 언짢고 아픈 생각을 잊을 수 있는 이런 순간이 있음에 감사했다. 우린 결국 한 자연에서 와서 더불어 살아가며 다들 똑같이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이란 증거가 아니었을런지. 딸기밭에서 나는 달콤한 흙냄새를 맡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빚을 자연에게 지고 있는지 생각을 했다. 100년, 200년… 그 훨씬 전부터 우리 선조는 추석이 되면 땅과 조상들에게 한해동안 베풀어준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내년에도 모두 건강하고 무탈하며 풍년이 오도록 기원했다고 한다. 현명하고 슬기로웠던 우리 선조들은 자연이 우리 인간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란 것을 너무나 잘 이해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농장을 떠나며 왜 이렇게 자연을 등한시하고 살았을까 후회가 찾아왔다. 베이지역에 사는 덕에 멀지 않은 곳에 국립공원도 있고, 바닷가도 여러 곳 있고… 돌아보면 주위에 자연을 접할 기회는 많은데도 말이다. 가끔, 심호흡을 하듯, 내가 자연에서 온 존재라는 것을 다시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자연이 숨쉬는 곳에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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