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 Home / 귀가(歸家) 여정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You are on the journey,and the journey is your destination.
그대는 여정(旅程) 위에 있다.
그리고, 그 여정이 바로 그대의 목적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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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입니다. 집 떠난 지 이주째. 이제, 길 위의 사람들과 사물들이 덜 생소합니다. 여행 초엔 세상이 서먹서먹했습니다. 지극히 집안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길떠남이 주는 설렘은 차라리 두려움에 가까웠습니다. 길 떠나기 전, 친구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운외독보(雲外獨步)! 구름 밖을 홀로 걷네! 이 네마디에 갑자기 힘이 솟았습니다. 그렇게 길 위에 섰습니다.
홀로하는 여행은 가만히 바쁩니다. 잠시 분주하지만 곧 조용해집니다. 조용한 가운데 다시 분주해집니다. 그렇게 빠르고 느림의 변주를 타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풍광이 펼쳐지곤 합니다. 그런데, 밖의 풍경보다는 내 안의 울림들이 더욱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눈과 귀로 들어오는 세상이 내 안의 세상과 만나 울리는 진동이 마냥 신기합니다. 멀리 어린아이 울음소리에 홀연 내가 세상이 됩니다. 그리고, 세상이 나입니다.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일찌기 이렇게 말했습니다. "Life is a journey, not a destination!"인생이란 하나의 여정이지, 어떤 목적지가 아니다. 시인이자 사상가인 에머슨, 촌철살인의 활어(活語)에 능숙한 초월주의자다운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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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on the journey,and the journey is your destination.
그대는 여정 위에 있다.
그리고, 그 여정이 바로 그대의 목적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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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 ‘destination’[테스티내~이션]은 운명이란 뜻의’destiny’[데~스트니]와 같은 어원을 갖고 있습니다. 둘 다 ‘결정 짓는다’는 뜻의 라틴 뿌릿말 ‘destinare’를공유합니다. 누가 결정짓든 뭔가 이미 결정되어 있는느낌을 전하는 말들이 바로 ‘destiny’요 ‘destination’입니다.
하지만, 알고보면 정해진 종착지가 따로 없습니다. 성공과 행복은 늘 과정이지 결과가 아닙니다. It’s the process that counts, not the result.
중요한 건 과정이지 결과가 아닙니다. 마음의 평화와 대자유도 바로 내가 방금 켜놓은 등잔불 밑에 있지, 딱히 거창한 순례의 여정을 거쳐야만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는 늘 떠납니다. 집을 떠나야 집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떠남의 참 목적은 오로지 돌아오기 위함일 수도 있습니다.
신앙은 순례의 길입니다. 순례자는 목적을 가지고 헤매는 사람입니다.
A pilgrim is a wanderer with purpose.
여기저기 방황하듯 헤매고 돌아다니지만, 그렇게다니는 목적은 결국 ‘그분’과의 하나됨을 위해서입니다.
세상 속을 다니며 세상 밖 ‘그분’에 대한 믿음을 다지고,언젠가 때가 무르익어 ‘그분’과의 조우가 임박할 무렵이윽고 집에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떠나기 전부터늘 그렇게 집에 계셔온 ‘그분’을 집에서 ‘다시 처음’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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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on the journey,and the journey is your destination.
그대는 여정 위에 있다.
그리고, 그 여정이 바로 그대의 목적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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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행본처[行行本處]에 지지발처[至至發處]라.
가도가도 그 자리, 와도와도 떠난 그 자리.
Leaving and leaving, back to the original place. Arriving and arriving, back to the original place.
늘 귓가에 맴도는 은혜의 말씀[惠言]입니다.
밖으로 애써 찾아 헤매던 님, ‘그분’은 늘 집에 가만히 계셨습니다. 하루 24시간, 자나깨나 오로지 ‘그분’을 찾아 산을 오르고 내를 건넜습니다. 성지를 찾고 성인을만나고 공동체와 어울리며 내내 ‘그분’을 찾고 또찾았습니다. 그렇게 한 평생 길 위에 머물며 순례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이제, 숲속으로 은퇴할 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Journey Home! 귀갓길. 바로 그 길목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신 ‘그분’을 뵙니다. 결국, 돌아오니 ‘그자리’에 계십니다. 단 한 번도 ‘그 자리’를 떠난 적이 없는 ‘그분’께서 ‘그 자리’에서 ‘그렇게’ 나를 맞아 주십니다.
Journey Home!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 알고보면 떠날 이유가 없었습니다. 알고보니 목적지란 없었습니다. 깨닫고보니 깨달을 게 따로 없었습니다. 알고보니, 따로 알 게 없었습니다. 바로 그걸 알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돌아오기 위해 떠납니다. 그렇게 길 위에 머무는 건, 하루 24시간 내내 꾸준히 이어지는 ‘찾음’과 ‘순례’의 의미를 더하기 위함일 뿐입니다.
"오늘도 걷는다만은 정처없는 이 발길 ......" 그렇게 터벅터벅 길을 걷는 건 다만 귀갓길에 뵈올 ‘그분’과의 조우를 위함입니다. 집떠나 낯선 곳을 찾아헤매건만, 마음 속 깊은 곳엔 이게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위함이란 걸 은근히 알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하루종일이어지는 순례의 느낌은 다만 귀가 여정을 그리는 마음일뿐입니다.
--------------------------------------------------------------English for the Soul 지난 글들은 우리말 다음 블로그 http://blog.daum.net/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FTS 폴더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