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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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때 나체는 내 아이디어, 이번엔 감독이 요구해”

2013-05-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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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오버 Ⅲ’ 켄 정

▶ 배역 비중 커지고 3편까지 출연한 것 그저 행복할 뿐/ 의사였던 내가 코미디언이 된 건 나 역시 믿을수 없어

17일 개봉된 코미디‘행오버 III’에서 권총을 휘두르며 2,500만달러 상당의 금괴를 훔쳐 라스베가스로 달아난 중국계 미스터 차우로 나온 한국계 코미디언 켄 정(43)과의 인터뷰가 지난 10일 라스베가스의 시저스 팰리스 호텔서 있었다. 단정한 헤어스타일을 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켄은 얌전히 앉아 계속해 농담을 해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는데 아내와 두 딸 등 가족과 자기 인생에 관한 얘기를 할 때는 매우 진지하고 솔직해 감동적이었다. 마치 약 먹은 닭 같은 눈과 얼굴 표정을 짓는 켄은 의성으로 영화 흉내까지 내면서 속사포로 신이 나서 질문에 대답을 했는데 농담 속에 지혜가 담겨 있었다.‘행오버 III’에서 미스터 차우의 역은 주연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 내용이 그의 강도질을 둘러싸고 진행된다. 켄은 이 영화에서 완전 전면나체를 보여준다. 켄과 기자는‘행오버’ 시리즈로 만나 구면인데 이 날도 켄은 기자를 보더니“헤이 브라더”하면서 덥석 끌어안고 볼을 비벼대며 반가워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같이 사진을 찍을 때도 켄은 계속해“브라더”를 반복하면서 포옹과 악수로 작별을 고했다. 유머와 현명함과 겸손을 고루 지닌 코미디언으로 켄이 이렇게 균형감각을 갖추게 된 것은 그가 전직 의사라는 경력이 밑받침이 되고 있다. 동생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흥진 편집위원>

*첫 번째 질문은 H.J.가 하겠다.


- 오, 내 형제. 잘 지내고 있어?*난 당신의 형이야.

- 아니야 동생이야. 나보다 잘 생긴.

*어제 난 두 명의 발가벗은 남자를 봤는데 하나는 당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호텔에 있는 다윗의 조각이다. 당신은 혹시 다윗의 육체를 지녔으면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 나를 다윗의 조각과 비교를 해주다니 고맙다. 그런데 사실 난 다윗보다 더 근육질이다. 이건 농담이고 난 늘 좀 그럴 듯한 몸을 가졌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나 좌우지단간에 내가 3편에까지 나왔다는 것에 그저 행복할 뿐이다. 이것은 꿈의 실현보다 더한 것으로 내가 지금 여기서 여러분과 얘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믿기가 힘들다.

*나체는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 난 1편에서도 나체로 나왔는데 그 건 내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감독 타드 필립스와 각본가들이 내 역을 확대시키고 나체 신도 그들의 아이디어다.

*잘 알았다. 고맙다.


-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게. 또 다른 질문 없어.

*당신 방이 몇 호실이야.

- 난 당신에게 내 방 번호가 3534라는 것을 가르쳐 줄 수가 없어. 그리고 이것이 내 방 키라는 것도 말할 수가 없어(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당신의 나체에 대해 부인이나 두 딸이 어떻게 생각하나.

- 1편에서 나체로 나오기로 한 뒤 난 아내의 허락을 구했다. 그랬더니 아내는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이니 남자들이 아마도 당신 나체(빈약한)를 보면 모두들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 아내도 나처럼 유머감각이 있는 여자다.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삶에 대해 좋은 유머감각을 가지라고 가르친다. 어쨌든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려(5세난 쌍둥이) 이 영화를 볼 수 없다. 내가 나체로 나온 것은 유머감각과 함께 모험을 하고 기회를 포착해 보자고 한 것이기도 하다. 당시 내 아내는 유방암 치료를 받느라 머리털이 다 빠졌었다. 내게 역이 주어졌을 때도 아내 때문에 해낼 수가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아내가 고집을 부려 맡기로 했다. 아내는 내가 미스터 차우 역을 맡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아내가 내 나체 신을 쾌히 허락한 것은 ‘인생은 짧고 단 한 번만 살 뿐이다. 과감한 선택을 하라. 넌 잃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라는 것을 뜻한다. 바로 그 장면 하나 때문에 하룻밤 사이 내 인생이 바뀌었고 또 내가 지금 여기서 당신들과 얘기를 하게 된 것이다. 난 그래서 그 제1편을 내 아내에게 바치는 연애편지로 여긴다*아내가 여기 함께 왔는가.

- 데려오고 싶지 않았다. 농담이야. 딸들이 유치원에 다녀 그들을 돌봐야 한다. 그러나 우린 이 영화 국제 홍보 땐 유럽에 함께 갈 예정이다. 남이 비용을 다 대는 멋진 여행이 될 것이다. 내 돈이 안 드니 얼마나 좋은가. 난 싸구려 데이트다. 아내는 내 최고의 친구이자 파트너이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미스터 차우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는가.

- 그런 것 쾌히 만들고 싶다. 미스터 차우는 내가 여태껏 한 모든 역 중에 가장 좋아하는 역이다. 내가 실생활에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얼마든지 얘기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연기를 할 땐 보통 당신이 정상적으로는 할 수가 없는 역 안으로 도피하고 싶게 마련이다. 더구나 돈까지 주니 일거양득 아닌가. 영화가 거듭하면서 난 미스터 차우를 아주 좋아하게 됐다.

*이번에 당신 역이 과거 두 영화들에서 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 각본을 그렇게 쓴 것은 너무나 감동적이요 영광이다. 제1편에선 아주 단역이었는데 필립스 감독이 이번에 내게 큰 역을 맡긴 것이다. 그는 나를 이 힘든 업계에서 번창할 수 있도록 밀어준 사람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그저 감사할 뿐으로 이렇게 비중 있는 역을 맡은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왜 의사가 코미디언이 됐는가.

- 난 대학 프리메드 때부터 연기를 했다. 난 배우가 되고 싶었고 연기학교에 입학이 허락됐지만 과학성적이 자꾸 떨어져 이를 포기했다. 그러고도 연기를 계속했는데 배우가 내 내밀한 꿈이었다. 그 꿈이 이렇게 이루어질지는 몰랐었다. 배우란 힘든 직업으로 반드시 개인의 장점에 그 운명이 달렸다기보다 운에 달렸다. 난 운이 아주 좋은 편이다. 그리고 난 의학을 공부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 배우가 되기 전에 다른 직업을 가짐으로써 이 직업을 더 감사하게 여기게 된다. 내 아내와 친구들은 모두 의사이고 난 아직도 의사 자격증이 있다. 이런 배경이 날 굳건히 설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의사가 코미디언이 되다니 나 자신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아내도 배우가 되겠다면 어쩌겠는가.

- 한 집에 배우는 하나면 된다. 그녀는 그럴 의도가 없다. 내 영화에 엑스트라로 나오라고 권유를 받았지만 아내는 배우가 되기보다는 뒤에서 배우를 조종하는 사람이 더 좋다며 거절했다.

*당신이 표현하는 아시안이 상투적인 인종적 비하로 보이지 않을까 염려한 적이 있는가.

- 학문적으로 말해서 코미디란 상투적인 것을 조롱하는 것이다. 나도 인종문제엔 민감해 그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다. 미스터 차우는 그저 여러 면에서 과장된 사람일 뿐이다. 그는 터무니없이 허풍을 떨고 언어도단적인 인물이어서 조롱하기에 딱 좋은 인물이다. 그의 액센트와 우행이야말로 우스갯거리로 삼기엔 안성맞춤이다. 난 듀크 대에 다닐 때 정치적이어서 토크쇼에 나가 반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해 비판하는 등 여러 활동을 했다.

*미스터 차우에 대한 아시안들의 반응은 어떤가.

- 제2편 홍보 차 한국에 갔을 때다. 한국에선 제1편은 상영되지도 않았는데도 대중들이 날 크게 반겨줘 깜짝 놀랐다. 어느 날 샤핑몰을 구경하고 다니는데 날 알아본 사람들이 떼를 지어 달려들어 끌어안고 환영해 큰 감동을 받았다. 자기 고국에서 환영을 받는다는 것이 정말 기뻤다. 내가 한 여행 중에서 가장 좋은 여행 중의 하나였다. 영화 나아가서 R등급(17세 미만 관람불가)의 코미디의 세계화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수퍼스타가 된 소감은.

- 먼저 말하건대 난 수퍼스타가 아니다. 내가 의사를 그만 뒀을 때 내 꿈은 유명해지거나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코미디 말고 다른 역도 제의를 받는가.

- 내 실생활에 가까운 역을 제의 받기도 해 놀랄 때도 있다. 난 영화와 TV에서 우스운 액센트를 쓰지 않는 진지한 역을 많이 했다. 그러나 미스터 차우가 난 제일 좋다. 미스터 차우에 비하면 다른 역들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내가 액센트를 구사하는 미스터 차우를 제일 좋아한다고 해서 관객들이 날 그런 역만 할 수 있는 배우로 보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혹시 응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 당신의 주특기를 발휘해 본적이 있는가.

- 최근 여객기 안에서 한 승객이 현기증을 느껴 스튜어디스가 의사를 찾은 적이 있다. 그 때 내가 “난 전직 의사”라고 말했더니 스튜어디스가 “하 하, 미스터 차우 앉으세요”라고 말했다. 그 때 다른 승객이 “맞아. 저 사람이 의사였다는 글을 읽었어”라고 말해 현기 증세를 일으킨 사람을 돌봐준 적이 있다.

*당신은 어떤 친구인가.

- 난 좋은 친구다. 미스터 차우와는 정반대다. 난 내 친구 보고 “뚱보”라고 부르지 않는다. 사람들은 평소의 내가 부끄럼을 타고 내성적인 것을 보면 놀라곤 한다. 난 바닷가에 가서도 셔츠조차 벗질 않는다. 그러나 배우로선 카메라만 돌아가면 난 어느 역이건 즉시로 그에 동화한다.

*딸들이 크면 배우와 의사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라고 권고하겠는가.

- 난 그저 그들이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삶에 대해 좋은 유머감각을 지니라고 권고하겠다. 왜냐하면 삶은 고된 것이어서 때론 그 고됨을 웃어넘길 수가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무엇을 하든지 자기 일을 사랑하기만을 바란다. 반드시 의학이나 연기로만 그들의 삶을 국한시킬 일이 아니다. 난 내 딸들이 내가 전연 생각지 않는 것을 발견하리라고 확신한다. 그들이 사랑하는 것을 찾도록 적극 격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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