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유럽 여러 도시를 돌며 영화를 찍고 있는 우디 앨런 감독이 이번엔 로마를 스크린에 담았다.
우디 앨런 감독의 눈에 비친 로마는 사랑과 환상, 일탈이 가득한 곳이었던 듯하다.
여행을 하다 낭만적인 사랑에 빠지거나 좋아했던 스타를 우연히 만나거나 친구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거나 평범했던 소시민이 갑자기 벼락 스타가 된다거나 하는 환상적인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곳 말이다.
우디 앨런은 "도시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인, 세상 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내기엔 너무 굉장한 곳이 바로 로마"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로마에서 받은 풍부한 영감을 감독은 4개의 에피소드로 담아냈다.
로마에 여행을 온 헤일리(앨리슨 필 분)는 잘생긴 이탈리아 남자 ‘미켈란젤로’에게 길을 물어봤다가 그와 단번에 사랑에 빠진다. 둘은 결혼까지 약속하고 상견례를 위해 헤일리의 부모를 로마로 부른다.
헤일리의 아버지인 제리(우디 앨런)는 은퇴한 오페라 감독인데, 미켈란젤로의 집에 왔다가 장의사인 그의 아버지가 샤워를 하며 오페라 아리아를 멋지게 부르는 걸 듣고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그를 무대에 세우려 한다.
유명한 건축가 존(알렉 볼드윈)은 로마에 들렀다가 30년 전 로마에서 살던 집을 찾아다닌다. 우연히 젊은 건축학도 잭(제시 아이젠버그)을 만나고 잭의 연애사에 참견하게 된다.
여자친구와 동거하고 있는 잭의 집에 여자친구의 친구인 ‘모니카’(앨렌 페이지)가 놀러오고 잭은 걷잡을 수 없이 그녀에게 끌리며 여자친구 몰래 바람을 피운다.
시골에서 결혼해 로마에 정착하러 온 신혼부부 ‘안토니오’와 ‘밀리’는 일자리를 소개해줄 삼촌을 만나기로 하는데, ‘밀리’는 미용실을 찾아나섰다가 길을 잃고 그 사이 호텔방에 콜걸 ‘안나’(페넬로페 크루즈)가 들어와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극히 평범한 남자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어느날 아침 집을 나서는데 기자들이 몰려와 마이크를 들이댄다. 영문도 모른 채 스타가 된 그는 감당할 수 없는 유명인의 삶을 괴로워하며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로마 위드 러브’의 4개 에피소드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환상적인 사건들과 과감한 일탈의 행위를 그려 짜릿한 대리만족의 쾌감을 안겨준다. 로마 같은 아름다운 여행지에서 이상형의 잘생긴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많은 여자들이 꿈꿔봤을 법한 환상이다.
우디 앨런의 기발한 상상력도 여전하다. 샤워를 할 때에만 노래를 잘하는 남자를 무대에 세우기 위해 기상천외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그의 재치와 유머에는 웃음만 나온다.
오랜만에 직접 출연해 보여주는 엉뚱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도 정겹다.
전작 ‘미드나잇 인 파리’가 파리의 곳곳을 그림엽서처럼 담았듯 ‘로마 위드 러브’ 역시 그 유명한 트레비 분수와 캄파돌리오 광장, 포폴로 광장, 바티칸 박물관, 보르게세 공원, 베네토 거리 등 로마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스크린에 가득 채운다.
다만, 영화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부 이야기에서는 흐름이 느슨하고 진부한 감도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야기의 밀도와 참신함이 우디 앨런의 전작들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느낌이다.
18일 개봉. 상영시간 111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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