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세, 삼손, 노아, 카인, 그리고 예수…
히스토리 채널의 10시간짜리 미니시리즈‘바이블’에서 예수가 제자들과 동행하고 있다.
성경 이야기가 할리웃의 메이저 스튜디오들과 케이블 TV 등에 의해 양산되고 있다. 제일 먼저 지난 3일 케이블 TV 히스토리 채널이 만든 10시간짜리 미니시리즈‘바이블’의 첫 회가 방영됐다. 매주 일요일 오후 8시에 방영될 시리즈는 창세기의 에이브러햄의 얘기에서부터 모세와 삼손과 딜라일라 그리고 신약의 예수의 행적과 요한 계시록에 이르기까지 중요하고 극적 흥미가 있는 내용을 골라 극화했다. 그러나 첫 회를 본 바에 의하면 감정적으로나 극적으로 매우 미흡한 시리즈다.
`최대 독자층’ 잠재적 영화관 입장객
할리웃 메이저사·케이블 TV 등 분주
패라마운트는 내년 3월 개봉을 목표로 현재 노아의 얘기인 ‘노아’의 촬영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러셀 크로우가 주연하는 영화의 제작비는 1억2,500만달러로 패라마운트는 영화를 위해 길이 148피트의 방주를 지었다. 감독은 대런 아로노프스키(‘블랙 스완’)로 특수효과가 요란한 대형 액션 모험영화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워너 브라더스는 모세의 얘기를 ‘신들과 왕들’이라는 제목으로 만들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워너 브라더스는 이 밖에도 ‘본디오 빌라도’의 각본을 확보해 영화화를 검토 중이다.
폭스도 모세의 얘기를 만들 예정인데 제목은 ‘엑소더스’. 감독은 리들리 스캇으로 내정됐다. 또 소니도 카인과 아벨의 얘기인 ‘카인의 구제’를 만들 예정인데 이 영화는 윌 스미스의 감독데뷔작. 그리고 라이언스게이트도 ‘예수의 수난’ 전편으로 알려진 ‘메리, 예수의 어머니’를 배급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원초척 본능’을 만든 폴 베어호벤 감독도 ‘나사렛의 예수’를 영상화할 계획이다.
성경 영화가 양산되는 이유는 첫 째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국적을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독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모두가 영화의 잠재적 입장객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성경은 판권을 주지 않고도 영화화 할 수 있으며 홍수와 지진과 역병과 전쟁 그리고 초능력 등 극적인 요소가 가득한데다가 인물들도 모두 수퍼맨 식이어서 대규모 예산을 들인 특수효과 위주의 블락버스터로 만들 자질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영화는 무성영화 때부터 만들어졌지만 크게 유행한 것은 2차 대전 후인 지난 1950년대. 그 중 대표작이 둘 다 찰턴 헤스턴이 주연한 ‘십계’와 ‘벤-허’인데 이보다 앞서 1949년에 나온 빅터 마추어와 헤디 라마르가 공연한 ‘삼손과 딜라일라’도 빅히트 했다. ‘십계’와 ‘삼손과 딜라일라’는 모두 세실 B. 드밀이 감독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성경영화는 스튜디오들에 의해 서자 취급을 받았는데 그 첫째 이유가 스웨덴 배우 맥스 본 시도가 예수로 나온 ‘가장 위대한 얘기’(1965)가 흥행서 참패를 했기 때문이다. 존 웨인과 찰턴 헤스턴, 시드니 포이티에, 쉘리 윈터스 및 밴 헤플린과 텔리 사발라스 등 초호화 캐스트가 나오고 명장 조지 스티븐스가 감독을 했는데도 제작비 2,000만달러짜리 영화의 수입은 달랑 120만달러였다.
전문가들은 1960년대와 70년대에 성경영화가 팬들의 배척을 받은 또 다른 이유로 시대의 세속화를 들고 있다.
최근 들어 마지막으로 빅히트를 한 성경영화는 멜 깁슨이 2004년에 감독한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의 고난을 그린 ‘예수의 수난’이었다.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총 6억1,2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성경영화는 잘못 해석했다가는 신자들로부터 혹독한 반발과 비판을 받는다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 좋은 예가 마틴 스코르세지가 감독한 ‘예수의 마지막 유혹’(1988)이다. 물론 이 영화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이 원작이긴 하지만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섹스를 해 아이까지 낳는 장면이 있어 기독교 신자들로부터 보이콧 운동까지 당했다. 결국 흥행도 저조해 총 수입이 고작 840만달러였다.
영화 관계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성경영화가 붐을 이루고 있는 이유로 전 세계적인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불안정이 소용돌이 치고 있는 중동사태를 들고 있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둡고 불안한 시대에 사람들은 성경에서 위로와 평화의 영감을 얻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