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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자란 나는 갱스터들을 잘 알지”

2012-12-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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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인터뷰 - `스탠드 업 가이스’ 알 파치노

“뉴욕에서 자란 나는 갱스터들을 잘 알지”

닥(크리스토퍼 월큰·왼쪽)과 밸(알 파치노)이 갱보스를 향해 총을 난사하고 있다.

14일 개봉되는 코믹한 액션영화‘스탠드 업 가이스’(영화평 참조)에서 28년만에 출옥, 2명의 친구이자 전직 범죄 동료(크리스토퍼 월큰, 앨란 아킨)와 함께 마지막 한탕을 계획하는 영감 갱스터로 나오는 알 파치노와(72)의 인터뷰가 지난달 20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에 곤두선 머리를 한 파치노는 금방 자다 나온 사람 같았는데 컨디션이 좋은지 혼자서 웃고 떠들고 큰 제스처를 동원해 노래까지 불러가면서 유머를 섞어 질문에 답했다. 그의 얼굴은 마치 고목의 껍질처럼 주름이 깊이 패여 세월의 무상을 새삼 느끼게 했는데 얼굴과는 달리 눈은 총기로 번득였다. 그런데 가래 끓는 음성으로 말하는 그의 대답은 대부분 중언부언 식이거나 횡설수설 식이어서 그와의 만남은 즐거웠지만 인터뷰 자체는 다소 미진했다.

총에 대해선 관심 없다
쏘는 법 배워도 금방 잊어
사격술엔 내 나름의 리듬

연극은 아주 독특한 경험
관객 앞에서 연기를 하는 건
공중 철사 위를 걷는 기분


*갱스터 역을 할 때 본보기로 삼는 사람이라도 있는가.
- 나 같이 뉴욕에서 자란 사람은 이런 영화나 연극에 나오는 갱스터들을 실제로 만났고 또 알고 있다. 자연 그들이 모델이 된다.

*총을 잘 쏠 줄 아는가.
- 난 총과는 거리가 멀고 관심도 없다. 나는 총을 사용하는 영화에 나올 때면 매번 총을 쏘는 법을 배우곤 한다. 지난번 영화에서 쏘는 법을 배웠는데도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사격술을 가르쳐 주면 조금 있다가 내 나름대로 그것의 리듬을 발견하곤 한다. 그 것은 마치 탭 댄싱과도 같다.

*우정이란 무엇인가.
- 우정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먼저 자라면서 사귄 친구들과의 우정이 있는데 이것은 당신이 유명해지면서 변화를 한다. 우정이란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그것은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와 연결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누군가와 함께 상당한 시간을 견디어 내면 본능적으로 그와 친구가 될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이어 믿음이 들어서게 된다. 난 몇 명의 평생 친구가 있어 운이 좋은데 난 우정에 굉장히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친구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가.
- 희생이란 객관적인 것으로 무엇에 따라서 할 수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난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을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를 위해 잘못을 뒤집어 써본 적이 있는가.
- 뚜렷하게 사례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런 적이 몇 번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과 옷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가.
- 내가 먹고 자란 파스타를 좋아한다. 그러나 난 예전처럼 많이 먹지는 않는다. 과식은 체중을 늘리기 때문에 안 좋다. 난 좋은 음식만 먹는다. 옷은 보다시피 있는 대로 아무거나 입는다.

*왜 이 영화처럼 코미디에 자주 나오지 않는가.
- 사실 난 먼저 코미디언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대부’에서의 코를레오네 같은 역이 나의 다른 역들을 압도해 모두들 나를 심각하고 비극적인 인물로 여긴다. 그러나 나의 다른 영화들을 자세히 보면 그 중 일부는 매우 우습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난 집에서도 우스갯짓을 잘한다.


*어릴 때 친구와 자라면서 어떤 모험적인 장난을 즐겼는가.
- 난 사우스 브롱스의 서민동네서 자랐는데 내 소년시절은 마치 탐 소여와 허클베리 핀 그리고 찰스 디킨스의 글에 나오는 아이들의 그것과도 같았다. 우리는 주로 높은 아파트의 지붕 위에서 놀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스릴 있었던 것은 지붕과 지붕 사이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한 번은 그렇게 뛰다가 건너 지붕 위가 아니라 아파트 선반에 대롱대롱 매달린 적이 있는데 난 아직도 그 악몽에 시달린다. 유럽 각처에서 이민 와 온갖 액센트를 구사하던 우리는 뜨거운 여름밤이면 지붕에 올라가 라디오를 들으며 우리들의 시름을 날려 보내곤 했다. 지붕은 우리들의 안식처였다.

*영화에서 당신이 여자와 함께 슬로댄스를 추는 장면이 멋있는데.
- 감옥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여자와 접촉이 없던 내가 그저 여인과의 접촉이 그리워 그녀를 안고 춤을 추게 한 것은 각본가의 훌륭한 아이디어 탓이다.

*당신의 장녀 줄리(23)는 무엇을 하는가.
- 영화를 만들고 있다. 딸은 가끔 각본을 내게 보내 자문을 구하나 보통은 혼자서 일한다. 난 시간이 날 때면 딸을 본다.

*11세 쌍둥이인 올리비아와 안톤은 누구와 사는가.
- LA에서 자기들 엄마와 산다. 내가 이곳엘 자주 오는 것도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 그것에는 여러 단면이 있다. 거울 속의 당신이 바로 당신으로 그것은 당신이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보여준다. 난 젊었을 때 체력이 좋아 각종 구기에 능했다. 특히 소프트볼을 잘 했는데 요즘에는 운동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누워서 그런 욕망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옛날에는 공원을 뛸 때면 나무들이 빨리 지나가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것들이 움직이지를 않아 이상하구나 하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난 지금 완전히 건강한 상태다.

*돈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
- 성경은 돈은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했지만 내 생각엔 돈에 대한 사랑이 모든 악의 근원이다.

*알콜은 당신에게 무엇인가.
- 로렌스 올리비에가 한 말로 대답을 대신하겠다. 그는 “연기를 하는 것의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쇼가 끝난 후의 한 잔이다”이라고 답했다.

*성공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
- 그것은 객관적인 것이다. 성공이란 좋은 것이긴 하나 그것과 명성이 한 패가 되면 혼란스러워진다.

*당신은 영화에서처럼 바이애그라를 사용하는가.
- 있긴 하나 쓰진 않는다.

*당신의 삶을 다시 산다면 지금과 다르게 할 일이라도 있는가.
- 난 정말로 운이 좋다. 난 고마워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지금과 다르게 할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
- 그것은 자기를 버리는 것이요 무조건적인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앞으로 10시간밖에 못 산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 한 잠 잘 자거나 명의를 찾아 나설 것이다.

*당신은 허무주의자인가.
- 모르겠다. 단 하나 난 믿는 것이 매우 많다. 따라서 허무주의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신은 연극배우이기도 한데 연극이 그렇게 좋은 이유가 무엇인가.
- 연기를 하면서 순간순간 반응을 받는다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다. 그것은 원시적인 것이다. 관객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은 마치 공중에 매단 철사 위를 걷는 것과 같다. 난 그 어느 다른 것으로부터 보다 연극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난 그것에 속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연극이야 말로 살아 있는 것이다.

*당신만이 아는 좋은 일을 한 적이 있는가.
- 그런 일을 할 때면 무명으로 한다.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 네 살인가 다섯 살 때 어머니와 함께 본 레이 밀랜드가 알콜 중독자로 나오는 ‘잃어버린 주말’ 때문이다. 큰 감동을 받아 난 그 뒤로 밀랜드의 연기를 사람들 앞에서 계속해 흉내를 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 영화는 오스카 작품상과 남자 주연상을 받았다.

*영화에서처럼 강도질을 한다면 어디를 털겠는가.
- 피자가게다.

*바이애그라 과다복용 후유증 장면이 우스운데.
- 그런 장면은 배우에겐 커다란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아주 재미있었다.

*만약에 실베스터 스탤론이 당신을 ‘익스펜다블스 3’에 나오기를 초청한다면 수락하겠는가.
-얼마든지 환영이다.

*취미가 무엇인가.
- 취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나면 그것이 없어질 때까지 드러누워 기다린다. 취미란 도대체 무엇인가. 난 그런 것 없다. 세상이 다 내 취미다. 난 즐기며 사는데 취미로 그것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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