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즈벨트 대통령과 조지 6세, 그리고 비밀연인
2012-12-07 (금)
▶ 하 이드 팍 온 허드슨 (Hyde Park on Hudson) ★★★(5개 만점)
루즈벨트(빌 머리)와 그의 정부 데이지(로라 린니)가 차를 타고 랑데부를 즐기고 있다.
대통령 별장 배경의
가벼운 역사 스케치
현재 상영 중인 ‘링컨’에 이어 가장 훌륭한 미 대통령 중의 하나로 국민들의 끊임없는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프랭클린 델라노어 루즈벨트의 전기영화다. 그의 재임 중 어느 해 여름 대통령의 개인 휴식처를 방문한 영국의 조지 6세 왕과 그의 부인 엘리자베스 여왕과의 짧은 만남과 루즈벨트와 그의 친척 여인 데이지와의 공개되다시피 한 로맨스를 그린 코믹 터치의 영화로 한편의 가벼운 역사적 소묘요 스케치다.
소아마비로 휠체어에 의지하는 루즈벨트와 말을 더듬는 조지 6세(‘왕의 연설’의 주인공)는 둘 다 결함이 있는 국가 원수로 영화는 이들이 이런 결점을 통해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는 식으로 그리고 있는데 특히 루즈벨트의 하반신 불수를 얘기의 중요한 소재로 삼아 십분 강조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이 만남으로 미국과 영국은 형제지간 같은 관계를 갖게 된다.
루즈벨트와 데이지의 비밀 랑데부와 대통령과 왕과의 만남을 오락가락하면서 진행되는 얘기는 루즈벨트(빌 머리)의 호출편지를 받은 그의 먼 친척인 마가렛 ‘데이지’ 서클리(로라 린니)를 소개 하면서 시작된다.‘ 하이드 팍 온 허드슨’은 뉴욕주의 대통령 개인 휴식처가 있는 작은 마을의 이름으로 이곳에 온 데이지는 루즈벨트의 정부가 되어 늘 그의 곁을 맴돈다. 이를 보고 또 둘의 관계를 알면서도 오불관언 식으로 대하는 것이 섹스에는 별무관심인 루즈벨트의 부인 엘리노어(올리비아 윌리언스). 그런데 시골 색시같은 데이지는 카리스마가 있는 루즈벨트를 존경과 사랑의 감정으로 우러러 본다.
어느 날 루즈벨트는 데이지를 차에 태우고 경호차를 돌려보낸 뒤 꽃이 만발한 들판에 차를 세우고 데이지에게 성적으로 얄궂은 행위를 하게 시킨다. 그 뒤로 데이지는 루즈벨트의 사저인 스프링우드에서 대통령과 섹스를 한다. 그런데 루즈벨트는 비록 나이를 먹고 불구자이긴 하나 매력적이요 권력과 카리스마가 있는 플레이보이였다.
영화에서 데이지 외에 루즈벨트가 맞서야 하는 여자가 남편 못지않게 만만치않은 엘리노어와 사사건건 잔소리가 심한 그의 어머니 새라(엘리자베스 윌슨). 그러나 루즈벨트는 마치 정치하는 식으로 이 두 여인을 잘 다룬다.
이어 영국 국왕으로서는 처음으로 조지 6세(새뮤얼 웨스트)와 엘리자베스(올리비아 콜맨)가 미국을 방문해 루즈벨트를 여름 휴식처에서 만난다. 여기서 미국과 영국의 문화 차이가 마치 소극식으로 우습고 또 재미있게 묘사된다. 루즈벨트는 조지 6세와 몇 차례 개인면담을 하는데 두 사람이 술을 마시면서 국가 대표로 서라기보다 자신들의 국민과 같은 평범한 개인으로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좋다.
연기들을 모두 잘 한다. 코미디언 빌 머리가 아주 약고 코믹하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는 호연을 하고 조용한 린니의 연기와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윌리엄스의 무게 있는 연기도 좋다. 그밖에 풍경이 아름다운 촬영과 의상과 세트 등도 다 훌륭하다. 로저 미첼 감독. R. Focus. 일부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