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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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인생낙오자, 사랑 때문에 치유되다

2012-11-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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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½(5개 만점)

사이코 인생낙오자, 사랑 때문에 치유되다

둘 다 정신상태가 불안정한 팻(브래들리 쿠퍼·왼쪽)과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는 사랑에 의해 치유된다.

정신 불안정한 두 남녀
가슴 뭉클한 가족드라마

정신이 불안정한 두 젊은 남녀 인생 낙오자의 가슴을 파고드는 사랑의 얘기이자 가족 드라마요 성격탐구 영화로 우습고 슬프며 지적이요 또 재치 있고 매력적인 가슴이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다. 주인공이 일종의 정신병자인데도 감독과 각본 집필을 겸한 데이빗 러셀은 이런 어두운 주제를 제목처럼 밝고 희망차게 다루었다. 그 밝음 뒤에는 약간 구름이 끼긴 했지만.

사랑의 구제 능력과 그것을 통한 자아발견이라는 흔한 주제를 지녔지만 러셀은 뛰어난 통찰력과 모가 나고 다소 어두우면서도 재치 있는 솜씨로 이런 통속적인 내용을 이색적일 만큼 독특한 영화로 만들었다. 사나울 정도로 활기차고 야단스런 작품이어서 스크루볼 코미디 같은데 통렬한 대사와 위트 그리고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와 분주한 카메라 및 음악 등이 다 훌륭하다.


보조 교사 팻(브래들리 쿠퍼)이 인자한 어머니(재키 위버)와 함께 볼티모어의 정신병원에서 퇴원, 필라델피아 교외의 집으로 돌아온다.

팻을 어정쩡하게 맞는 아버지 팻시니어(로버트 드 니로)는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광적인 팬으로 매우 과격한 사람이다.

천하의 낙천가인 팻은 부모에게 자기는 멀쩡하다고 강조하면서 자기를 떠난 아내 니키를 다시 환수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러나 니키는 법원으로부터 팻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까지 얻어내고 그를 멀리한다.

그런데 팻은 자기 말과는 달리 여전히 정신상태가 불안정해 그의 부모는 팻이 언제 또 망상에 젖어 무슨 과격한 행동과 말을 할지 몰라 불안하다. 그가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를 읽고 책을 창밖으로 집어 내던지는 포복절도할 장면이 팻의 이런 불안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팻은 친구가 마련한 저녁 자리에서 자칭 ‘죽은 남편을 가진 미친 허튼계집’이라는 젊은 과부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를 만나면서 둘 사이에 처음에는 긴장과 대결의 관계가 이어진다. 티파니 역시 팻처럼 정신안정제를 먹는 여자로 말하자면 팻의 영혼의 반려인데 니키 밖에 모르는 팻은 처음에는 공격적인 티파니를 회피한다.

그러나 팻이 니키에게 집념하듯이 티파니는 팻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면서 꽉 닫힌 그의 마음 문을 열려고 결사적으로 노력한다.

티파니의 결심은 팻의 마음을 열어 자기를 비롯해 새 기회와 경험을 맛보게 하겠다는 것이다. 영화의 핵심은 팻과 티파니의 긴장관계와 대결인데 이것이 둘의 얼굴 표정과 대사와 제스처와 행동에 의해 절묘하게 표현된다. 둘 간의 화학작용이 기막히다.


서로 서서히 가까워지는 팻과 티파니의 관계는 티파니가 출전하는 댄스경연 대회의 파트너로 팻을 선정해 둘이 함께 연습에 들어가면서 열기를 얻게 된다. 끝에 가서 둘이 시합에 나가 춤을 추는데 어색하면서도 열정적이다.

뛰어난 것은 쿠퍼와 로렌스의 연기. 쿠퍼가 상처 받은 영혼을 지녔으나 본성은 건강한 준 사이코역을 숨이 차도록 활력 있게 해낸다. 그러나 정말로 놀랄 만큼 훌륭한 연기는 로렌스의 것이다.

정신상태가 불안정한 자신이 가장 멀쩡한 사람인 것처럼 의기양양한데 마치 감전된 것 같은 짜릿짜릿한 연기다. 이와 함께 드 니로가 너구리처럼 능청맞은 연기를 잘 한다. 또 팻의 전신병원 친구 대니로 캐미오 출연한 크리스 터커의 코믹한 연기도 일품이다. 매튜 퀵의 소설이 원작. 작품과 연출을 비롯해 연기 등 여러 부문에서 오스카 후보에 오를 것이다.

R. Weinstein. 아크라이트, 센추리 15, 랜드마크.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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