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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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이며 사실적인 역할, 배우로서 멋진 경험”

2012-1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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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인터뷰 ‘클라우드 아틀라스 ‘1인6역 탐 행스

“철학적이며 사실적인 역할, 배우로서 멋진 경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세상의 두 연인으로 원시의 생존자 탐 행스와 미래의 애인 할리 베리.

현재 상영 중인 환생과 인간 경험의 총체에 관한 형이상학적이요 감정적인 드라마를 시공을 초월해 6개의 이야기로 연결한 3시간짜리의 6악장으로 된 교향곡과도 같은‘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에서 1인 6역을 맡아 호연한 탐 행스(56)와의 인터뷰가 지난 달 13일 베벌리리힐스의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있었다. 정장에 콧수염을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기자 회견장에 들어선 행스는 농담 잘하고 명랑한 수다쟁이인데 F자 상소리를 섞어 가며 질문에 속사포식의 대답을 했다. 그는 수퍼스타 티를 전혀 내지 않는 매우 소박한 사람으로 친절하고 상냥해 마치 한 가족을 만난 듯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인터뷰하기가 아주 즐거운 사람으로 인터뷰 후 기자에게“내년 1월에 영화 홍보차 서울에 간다”면서“서울 방문은 처음이어서 내겐 하나의 모험”이라고 말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세 감독이 함께 찍은
각각의 얘기는 나름의
논리를 완벽히 갖춰


배두나의 연기를 보고
나는 완전히 사로잡혀
그녀를 얻은 건 행운

*1인 6역 하기가 힘들었는가.
- 정말로 꿈같은 기회였다. 어느 한 역이 다른 역보다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떤 역은 하기가 아주 힘이 들어 빨리 촬영을 끝내고 다른 역을 하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나는 매 순간을 철저히 즐겼다. 어떤 역은 1시간반 만에 촬영이 끝났지만 또 다른 역은 수 없이 반복해 찍어야 했다.

*살면서 내가 전생에 같은 곳엘 와봤고 또 같은 사람도 만난 적이 있다는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있는가.
- 그렇게 형이상학적인 공간에까지 가 봤다고 말할 수는 없고 또 환생과 내생에 대해서도 확실히 아는 바가 없으나 우리가 사는 이생은 우리가 통과해 다른 어딘가로 가는 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 가면 결국은 우리를 현재로 안내하는 또 다른 문이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것이 어쩌면 환생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의미를 지닌 영화의 역을 맡아 하면서 무엇을 배웠는가.
- 감독들인 앤디와 라나(와초스키) 그리고 톰(티크바)을 만나자마자 나는 6사람의 역에 나를 완전히 믿고 맡겨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1억년이 가도 내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이런 철학적이면서도 또한 사실적이기도 한 역을 할 줄은 기대하지 못했다. 매우 긍정적인 경험으로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과정을 거쳤다. 배우로서 성장했다고 본다.

*3명의 감독과 일한 경험은.
- 앤디와 라나 남매가 한 조가 되어 3편의 에피소드를 만들었고 나머지 3편은 톰이 만들어 사실은 2명의 감독이라고 해야겠다. 우리가 작품에 관해 처음 얘기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정도 된다. 처음부터 나는 내게 무엇이 요구되고 있는지를 알았다. 톰은 와초스키 남매와는 달리 영화를 찍기 전에 2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다. 우리가 무엇을 결과로 얻느냐에 대해 확실히 하고자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일단 촬영에 들어가면 비교적 빨리 끝냈다. 세 감독 모두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를 완전히 현실화 하는 사람들로 6편의 얘기가 모두 각개의 논리와 속도 그리고 철학을 완벽히 갖추고 있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할러데이 시즌이 다가오는데 어렸을 때의 크리스마스 추억을 들려 달라.
- 난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해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때가 오면 버스를 타고 북가주에 사는 어머니에게 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그래서 내겐 크리스마스와 버스여행이 동의어가 됐다. 그것은 마법적인 여행으로 어머니 집에 도착하면 크리스마스트리에는 불이 켜져 있고 또 그 밑에는 선물들이 준비돼 있어 너무 좋았다. 늘 그냥 집에 있는 아이들보다 훨씬 좋은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느끼곤 했다.

*내년에 브로드웨이에 데뷔하는데 소감은.
- 얼마 전 사망한 노라 에프론이 쓴 ‘럭키 가이’의 극본을 읽은 것은 꽤 오래 전이다. 처음에는 작품에 큰 흥미를 못 느꼈지만 후에 또 에프론을 만나 다시 극본을 읽고 나서야 내용이 매력적이요 감동적이라고 느끼고 내가 역을 맡을 수가 없느냐고 물었다. 아주 독특하고 훌륭한 작품이다. 내년 3월에 개막해 16주 정도 공연할 예정이다. 성공해 다른 곳에서도 공연되기를 바란다. 지금 내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연기를 망쳐서는 안 된다는 것과 주 8회 공연을 위해 내 몸이 지치지 않도록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 영화는 당신이 출연에 응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우리가 3년 전에 영화에 관해 말했을 때와 지금은 제작비 조달 방법이나 관객의 취향이 많이 달라졌다. 요즘은 누구나 무료로 오락을 즐길 수가 있다. 따라서 극장으로 손님을 끌어오려면 영화가 그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 난 세 감독이 내게 이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을 때 즉석에서 내가 나오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 영화를 ‘모비 딕’과 ‘2001: 우주 오디세이’의 결합체라고 본다. 오로지 중요한 것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당신은 공상 과학영화 팬으로 알려졌는데 이 영화로 인해 세계관이 달라지기라도 했는가.
- 이 영화는 공상 과학영화라기보다 허구적 과학영화라고 본다. 영화 때문에 내 인생관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영화는 인간 조건의 진화에 관한 것으로 나는 영화에 의해 교육을 받았다. 배두나가 영화 끝에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으며 우리가 행하는 잔인과 친절은 모두 우리 후대에 물결 효과를 가져 온다”는 말은 길이 새겨둬야 할 말로 학교에서도 가르쳐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지금 후세에 길이 영향을 미칠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고 그 것은 두고두고 세상에 큰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깨달을 수 있는 진실이다. 모차르트와 존 스타인벡과 비틀스 그리고 노예제 폐지론자들이 모두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들이다. 우리는 어느 시대에 살고 있건 또 피부 색깔이 무엇이건 그리고 신원이 무엇이든지 간에 서로 연결돼 있다 것은 매우 간단하나 심오한 진실이다.

*영화의 한 에피소드에서 당신과 당신의 애인 역을 한 할리 베리는 방언을 하는데.
- 그것은 샌타모니카에 있는 녹음실에서 했는데 그냥 이상하게 만든 단어들을 마구 중얼거린 것이다. 우리가 제멋대로 지어서 한 말이다. 언어학자를 불러 오는 대신 감독들이 그렇게 시켰다.

*당신은 아내 리타 윌슨을 만난 이후로 삶이 변했다고 했는데 유혹이 많은 할리웃에서 어떻게 그렇게 금슬이 좋은 결혼생활을 유지할 있는가.

- 우선 바른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요 다음은 그 사람이 떠나지 않도록 현명하게 처신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선 그러려면 바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운이 따라줘야 한다. 나뿐 아니라 내 친구들도 모두 상대와 함께 오래들 잘 살고 있다. 이혼문제는 비단 할리웃 만의 것은 아니다. 내 아버지는 세 번 그리고 어머니는 네 번이나 결혼을 했다.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행복의 추구과정이라고 본다. 난 운이 좋아 29세 때 리타를 만났다. 결혼생활 25년째인데 25개월 밖에 안 된 것 같다.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 아이들이 다 커서 집을 나가 리타와 오붓하게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고 있다. 우린 요즘에는 평일에도 외식을 하는데 아이들이 있을 때는 생각도 못하던 일이다. 인생이 새로 시작되는 기분으로 마치 고등학생 때처럼 재 있다. 자유 만세다.

*이 영화는 배두나의 할리웃 데뷔작인데 그에 대해 얘기해 달라.
- 처음에 감독들이 배두나 얘기를 했을 때 나는 “그게 누구냐”고 했더니 감독들이 “그녀는 한국 사람으로 여배우의 비전과도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난 이에 “오 케이”라고 넘어갔다. 그런데 막상 그녀를 만나 연기하는 것을 보고 난 완전히 그녀에게 사로 잡혀버렸다. 그녀와 직접 한 장면에 같이 나오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프다. 그녀는 영화의 철학적 심장부로 그녀가 하는 말이야 말로 영화의 가장 핵심이다. 이제 미국 관객들은 배두나의 연기를 발견하게 될 것인데 그녀를 얻은 것은 진짜 행운이다. 세 감독의 천재적 캐스팅 탓이다. 아무도 모르는 다른 문화권에서 온 배우가 이렇게 중요한 역을 맡기는 할리웃 사상 매우 드문 일이다. 그녀는 총명하고 훌륭한 예술가다. 배두나 덕택에 한국에서 이 영화가 히트 하리라고 믿는다.

*당신이 아기를 입양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 거 참 우스운 소리네. 만약에 내 아내가 내게 “아기를 입양 할래요”고 말하면 난 “당신 두 번째 남편과 해”라고 말할 테다. 아기는 더 이상 못 키우겠다.

*당신은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
- 어렸을 때 아버지 때문에 입은 상처다. 내 아버지는 정말로 끔찍한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빠르고 또 가차 없이 하려고 날 몰아붙였는데 8세난 내가 도구를 구별할 줄 모른다고 날 아둔패기라고 윽박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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