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생존자 재크리(탐 행스·왼쪽)와 미래의 여인 메로님(할리 베리)의 사랑은 과거와 미래의 공존이다.
미로·수수께끼 같은
인간 행동과 환생 그린
깊이 있는 대하드라마
미로와도 같고 수수께끼와도 같은 환생과 인간 경험의 총체에 관한 형이상학적이요 감정적인 대하 드라마로 6개의 얘기가 마치 6악장의 3시간짜리 교향곡처럼 구성됐다.‘ 매트릭스’를 만든 앤디와 라나 와초우스키 자매와 독일의 톰티크바(‘런 롤라 런’ ) 감독이 각기 얘기를 3개씩 나누어 공동으로 만든 다양한 장르의 보기 좋은 무늬 있는 융단과도 같은 영화다. 내용이 매우 복잡하고 심오해 관객에게 지적으로 감정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원작은 영국 작가 데이빗 미첼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
500년에 걸쳐 3개의 대륙을 무대로 펼쳐지는 6개의 얘기에 모두 나오는 탐 행스를 비롯해 여러 배우들이 성과 인종의 벽을 깨고 여러 역을 맡고 있는데 한국의 배두나가 미래의 네오서울의 유전자로 조작된 인간으로 중요한 역을 맡고 있다. 손미-451로 나오는 배두나는 영화의 중심 플롯의 하나인 인간의 연계성을 알려주는 제사장과도 같은 역을 맡고 있다(탐 행스는 인터뷰에서 배두나가 영화의 심장이라고 극구 칭찬했다). 배두나의 할리웃 데뷔작이다.
공상과학과 해상모험 그리고 스릴러와 로맨스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된 영화의 메시지는 손미-451이 말하는 “우리의 삶은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과 연결돼 있다”는 것과 함께 환생과 인간의 현재의 행동은 미래에 파급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으로 모든 것은 서로 연계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동시에 전개되는 6개의 얘기도 모두 시공을 초월해 연결되는데 19세기의 인물이 현재와 미래에도 역을 달리해 나온다. 배두나도 19세기의 여인에서 미래의 여인까지 1인3역을 한다. 그런데 분장술이 너무 좋아 각기 다른 역의 같은 배우들의 얼굴을 분간하기가 힘들다.
사랑과 희망과 구원 그리고 연민과 친절 또 악과 자유와 예술에 관한 과감하고 아름답고 또 깊이 있는 작품으로 커다란 화폭에 파노라마를 이루는 노스탤지어가 짙으면서도 예언적인 기 가얘 보는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어놓고 영적으로 각성케 만드는 걸작이다.
24세기. 원시와 초현대적 것이 공존하는 하와이에서 사는 고뇌하는 영혼을 지닌 원시와 야만의 생존자인 재크리(행스)의 독백으로 시작돼 그의 아내가 된 초현대인 메로님(할리 베리 역시 여러 역)과의 포옹으로 끝나는 영화는 1849년 사랑하는 아내(배두나)와 떨어진 미국인 변호사 애담(짐 스터지스)의 태평양을 항해하는 배 위에서의 해상모험 얘기로 시작된다.
마지막에 하늘에 나타나는 혜성은 시공을 초월한 여러 극중 인물들의 몸에 점으로 새겨져 환생을 암시한다.
나머지 얘기들은 1930년대 스코틀랜드의 가난한 젊은 작곡가 로버트 포비셔(벤 위셔)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 작곡 얘기로 영화의 또 다른 중심 플롯의 하나인 이 곡과 함께 장엄하고 아름다운 교향곡과도 같은 영화음악은 티크바가 다른 2명과 함께 작곡한 것.
1973년 북가주 핵발전소의 위험을 취재하는 루이사 레이(베리)의 얘기와 2012년 양로원에 갇힌 괴짜 출판업자 카벤디쉬(짐 브로드벤트)의 코믹한 탈출 노력이 또 다른 얘기.
핵심을 이루는 얘기는 2014년 물에 잠긴 전제국가 한국의 네오서울(‘블레이드 러너’를 닮았다)의 얘기다. 인조인간과도 같은 손미-451은 ‘순수피’로 불리는 인간들을 위해 만들어진 식당 웨이트리스인데 그녀를 사랑하는 젊은 반란군 지도자인 ‘순수피’ 장해주(스터지스)와 함께 과감히 체제에 대항한다. 액션과 로맨스와 철학이 있는 얘기다. 선입관을 놓고 마음 문을 활짝 열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감정적 파동을 받아들이면 된다.
R. WB.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