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고’ (Argo) ★★★★(5개 만점)
토니가 미국무부직원들에게 각자가 맡은 가짜 영화인들의 인적사항을 숙지시키고 있다.
1979년 테헤란 배경
CIA의 비밀작전 재현
지난 1979년 11월 이란의 과격파들이 테란의 미 대사관을 점거했을 때 운 좋게 빠져나가 캐나다 대사관저에 피신한 6명의 국무부 직원을 터무니없을 정도로 기발난 아이디어로 빼낸 CIA 작전을 그린 긴장감 가득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파이 스릴러다.
현실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영화 같은 얘기로 연출력이 튼튼한 배우 벤 애플렉의 세 번째 감독 작품인데 그가 주연도 한다. 이 구출작전은 그동안 기밀로 취급돼 오다가 1988년에 가서야 공개됐는데 특히 마지막 테헤란 탈출 부분이 숨이 막힐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구출작전의 배후에서 CIA와 협조하면서 작전을 적극 도운 것이 할리웃이어서 영화 소재로는 더욱 금상첨화인데 생명이 위협을 받는 위험과 긴장 속에 이 할리웃 사람들이 넉넉한 유머를 제공해 긴장과 이완의 호흡조절을 하게 만든다. 재미 만점이다.
영화는 대뜸 가짜 뉴스필름을 통해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앞에서 이란 시민들이 격렬한 시위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면서 흥분감을 고조시킨다. 이어 시위대는 대사관 문을 타고 넘어 구내로 들어가 건물을 점령하는데 대사관 직원들은 시위대에 붙잡히기 전에 서류들을 폐기하느라 난장판을 이룬다. 이 부분을 매우 박력 있게 만들었다.
시위대는 카터 정부가 호메이니에게 쫓겨난 이란의 독재자 샤에게 망명을 하락한 것에 대해 항의를 하면서 대사관 직원들을 인질로 잡고 샤의 추방을 요구, 444일간이나 버티다가 풀어줬다. 대사관이 점령되는 와중에 2쌍의 부부 직원을 포함한 6명이 대사관 옆문으로 탈출해 근처의 캐나다 대사 켄 테일러(빅터 가보)의 관저로 피신, 거기서 몇 달간이나 숨어 산다.
비상이 걸린 CIA의 6명 구출작전 팀장 잭 오다넬(브라이언 크랜스턴)이 호출하는 사람이 인질구출 전문가인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토니 멘데스(애플렉).
멘데스는 여러 가지 구출방법을 연구하다가 자신을 할리웃의 제작자로 위장하고 이란에 로케이션 물색 차 단독으로 도착해 6명을 구출할 계획을 마련한다. 6명은 영화 제작팀이라고 속일 작정. 국무부는 토니의 아이디어를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나 다른 묘안이 없어 이를 허락한다.
토니는 먼저 자기가 잘 아는 할리웃의 특수 분장가 존 체임버스(존 굿맨)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어 존은 유명 제작자 레스터 시겔(앨란 아킨-이 역은 가공의 인물)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가짜 영화제작을 부탁한다. 영화 제목은 ‘아고’로 내용은 ‘스타워즈’ 닮은 공상과학 액션영화.
그리고 레스터 등은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영화의 제작 발표회를 갖고 버라이어티지에 광고까지 내면서 ‘아고’를 선전한다. 모든 것을 철저하게 완전히 진짜로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꾸민다.
토니는 테헤란에 도착, 캐나다 대사관저에 숨은 국무부 직원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탈출 준비를 시킨다. 모두의 신원을 완전히 새로 바꾼 뒤 각자에게 감독과 각본가와 촬영감독 등의 임무를 준다. 한편 이란 정보부가 폐기된 대사관 직원들의 이력서와 사진을 원상 복구하면서 6명은 신원이 들통 날 위기에 빠진다.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마침내 토니와 6명은 대사관 관저를 나와 공항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이들이 완전히 이란 영공을 벗어날 때까지 급박한 긴장감 때문에 호흡하기가 힘들다. 빈 틈 없이 꽉 조여진 연출인데 애플렉은 영화에서 배우로선 별 카리스마 없다. 엔드 크레딧 부분에 토니가 백악관에서 카터를 만나는 시진과 함께 카터의 육성도 나온다. R. WB.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