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곡예사 김동무’ 부산 국제영화제서 선보여
▶ 평범한 줄거리… 체제개방 조짐인가 촉각
북한 영화사상 최초로 서방국가의 자본이 투입되고 또 서방국가의 감독이 연출한 북한과의 합작영화‘ 곡예사 김동무’ (Comrade Kim Goes Flying)가 지난달 열린 평양 국제영화제와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이어 이 달 초에 열린 부산 국제영화제에서도 선을 보여 영화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LA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북한은 과거 중국 및 구소련과는 함께 영화를 만들고 딱 한 번 한국과 합작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서유럽과 영어를 쓰는 나라의 돈으로 합작을 하고 또 영화의 편집을 외국에서 허락하기는 처음이다.
영화를 제작하고 감독한 사람은 벨기에인 아냐 달레만스와 베이징에 본부를 둔 영국인 니콜라스 보너로 두 사람은 북한의 국영 조선영화 수출입 상사와 합작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북한 측에서 감독으로 김광훈이 참여했다. 촬영은 평양과 시골에서 했다.
북한이 이렇게 보너 등의 북한에 관한 영화제작을 허락한 것은 보너가 지난 1966년에 열린 월드컵 경기에서의 북한의 활약을 긍정적으로 담은 BBC 기록영화 ‘그들 생애의 최고 경기’를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으로부터 영화 제작 허가를 받아낸 보너 등은 시골서 청운의 꿈을 품고 평양으로 와 그 꿈을 실현한 젊은 여근로자의 이야기를 만들기로 하고 여러 명의 북한 각본가들과 함께 당국의 지시에 따라 여러 차례 각본을 쓰고 수정한 끝에 지난해에 촬영에 들어갔다.
영화는 한 작은 광산마을에 사는 젊은 여자가 평양의 건설 공사장의 인부로 차출돼 모범 근로자가 되고 아울러 서커스의 공중곡예사가 되려는 자기 꿈을 추구한다는 내용. 주인공으로는 실제로 공중곡예사인 한정심이 나온다.
신문은 북한의 주민들은 한결같이 미소를 지으며 평양은 아름답고 행복하기 그지없는 장소로 묘사됐고 아울러 노동자와 노동을 극구 찬양하고 있다면서 지극히 단순한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는 토론토에서 비평가들과 관객의 하찮은 반응을 받았는데 관객들은 믿어지지가 않는다는 듯이 눈알을 굴리고 또 엉뚱한 장면에서 폭소를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영화가 끝난 뒤 감독과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한 관
객은“ 정말로 북한 노동자들은 저렇게 모두 행복한가”라고 물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런 예술적인 결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북한이 이런 통제의 고삐를 다소 늦추고 있다는 징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신문은 북한의 영화사를 연구하는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교수의 말을 인용, 북한이 서방 자본을 유입해 영화를 만든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이는 북한이 아주 작기는 하나 문호를 과거보다 다소 개방하고 있다는 징조라고 보도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데 이는 모든 영화에서 개인의 신원이나 꿈의 실현 대신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북한 영화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이에 대해 보너는 “이 영화는 북한에서는 보기도 듣기도 힘든 걸 파워의 얘기로 집단을 무시하고 개인이 자신의 꿈을 추구한다는 것은 거의 반동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