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퍼 (Looper) ★★★½(5개 만점)
올드 조(브루스 윌리스)가 젊은 조(조셉 고든-레빗)를 붙잡고 킬러들에게 총을 쏘고 있다.
시간여행 공상 스릴러
액션에 로맨스 곁들여
젊은 킬러가 미래에서 과거로 되돌아온 나이 먹은 자신과 서로 쫓고 쫓기면서 사생결단의 액션을 벌이는 흥미 있고 추리력을 자극시키는 내용과 기발 난 아이디어를 지닌 시간여행 공상과학 스릴러로 속도감 있다. 내용이 다소 복잡하지만 모든 것이 끝에 가서 매끄럽게 매듭지어지는 생각하는 사람들의 스릴러로 연기와 촬영과 음악과 프로덕션 디자인 등 기술적인 면에서도 잘 만든 작품이다.
단순한 액션영화라기보다 로맨스가 있고 인물들의 성격 개발이 잘 된 드라마요 또 블랙 코미디이자 자기희생이 있는 감정적인 필름 느와르인데 인정사정없는 폭력과 액션이 이런 로맨스와 드라마와 균형을 이루면서 거칠고 사나운 것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
미래. 사람 잡기를 파리 잡듯 하는 젊은 킬러 조(조셉 고든-레빗이 인조 코에 푸른 콘택트렌즈를 끼고 미래의 자기 역의 브루스 윌리스의 모습을 한 채 얼굴 표정과 제스처도 윌리스 흉내를 낸다)는 미래에서 라이벌 갱에 의해 자기가 있는 과거로 쫓겨 온 갱스터들을 처단하고 톡톡히 대가를 받는다. 이 킬러들을 ‘루퍼’라고 부른다.
루퍼의 두목은 미소 뒤에 사악함을 숨긴 냉혈한 에이브(제프 대니얼스)로 자기 지시를 어긴 루퍼들은 인정사정없이 처단한다. 그 중의 하나가 조의 친구인 세스(폴 데이노)로 세스는 미래에서 온 자기를 어물어물하다가 놓치는 바람에 가차 없이 처단된다.
그런데 세스와 같은 경우가 조에게 일어난다. 미래로부터 현재의 자기보다 30년이 더 먹은 올드 조(윌리스)가 젊은 조 앞에 나타난다. 젊은 조가 자신의 미래형을 즉각 살해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올드 조는 도주한다. 여기서부터 젊은 조와 올드 조 간의 추격과 도주가 이어지면서 액션이 작렬한다. 그러니까 젊은 조는 나이 먹은 자신을 쫓는 것이다.
그런데 올드 조에게는 한 맺힌 사연이 있다. 갱스터인 그는 과거 라이벌 갱에 속했던 아름다운 동양인을 아내(서머 큉)로 맞아 사랑에 푹 빠져 있는데 이 아내가 초능력을 지닌 ‘레인메이커’에 의해 살해된다. 그래서 올드 조는 ‘레인메이커’를 아예 아이 때 처치해 아내의 죽음을 사전에 방지하려고 스스로 과거로 돌아온 것이다. ‘터미네이터’를 연상케 한다.
영화에서 매우 아름답고 감정적인 것이 올드 조의 아내와의 러브신과 올드 조의 표면과 내면을 부드럽고 민감하며 영혼 가득히 표현한 윌리스의 연기. 가슴이 싸하게 아려오는 분위기요 연기요 모습이다.
올드 조는 필사적으로 10세인 미래의 ‘레인메이커’ 시드(피어스 개그논)를 찾아 헤매는데 젊은 조가 먼저 캔사스의 시골 외딴 집에 젊은 어머니 새라(에밀리 블런트)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시드를 찾아낸다. 그리고 여기서 올드 조를 기다리고 있는 젊은 조와 새라 간에 로맨스가 영근다.
마침내 두 조가 대결하면서 총격전이 일어나는데 여기서 자기희생과 함께 미래와 과거를 잇는 ‘루프’(고리)가 끊어진다. 장렬하고 감상적이다. 고든-레빗도 숙성한 연기를 잘한다. 라이언 잔슨 감독(각본).
R. Sony.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