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법자 (Lawless) ★★★(5개 만점)
손에 총을 든 잭(샤이아 라부프)이 쓰러진 형에게 총격을 가한 특별수사관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금주령 시대 산골 배경
폭력 심한 갱스터 영화
금주령시대 버지니아 산골에서 밀주를 제조해 파는 3형제의 폭력적인 갱스터영화로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유혈 폭력이 난무한다. 흥미 있는 내용에 연기파 배우들이 나오고 또 촬영과 음악과 프로덕션 디자인 및 의상 등이 다 훌륭하나 얘기와 인물 개발이 충분히 잘 된 편은 아니다. 부분 부분 산발적으로 볼만한 것은 있고 스타일은 좋지만 얘기 전개와 서술 방식에서 일관성이 없고 좋은 배우들의 능력을 마음껏 사용하지도 못했다.
폭력과 역사적 사실 그리고 로맨스와 형제간의 사랑 등을 두리뭉실하니 짬뽕한 영화로 충분히 강력한 감정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여건을 갖췄는데도 채 성공하지 못 했다. 맷 본듀란트가 쓴 반자전적 소설 ‘세상에서 가장 축축한 카운티’(The Wettest County in the World)가 원작으로 맷의 할아버지와 그의 두 형제의 얘기다.
1931년 금주령 해제 2년 전. 버지니아주 프랭클린 카운티. 의리와 정으로 똘똘 뭉친 하워드(제이슨 클라크)와 포레스트(탐 하디)와 잭(샤이아 라부프) 3형제는 깊은 숲속 마을의 식당 겸 주유소 주인. 그러나 이 것은 순전히 눈 가림용이고 이들은 밀주를 제조해 팔아 돈을 번다.
‘불사의 형제들’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강인하고 운이 좋은 3형제 중 리더이자 머리를 쓰는 것은 포레스트이고 1차대전 베테런인 하워드는 술중독자로 밀주판매시 총을 들고 지키는 역. 잭은 밀주 운반용 차를 운전 하거나 망을 보는 일을 하면서 언젠가 형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터프가이가 되려고 노력한다(영화는 일종의 잭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마을에 밀주 제조를 뿌리 뽑기 위해 시카고로부터 특별 수사관 찰리(가이 피어스)가 도착하면서 찰리와 본듀란트 3형제 간의 피가 튀는 대결이 불가피하게 된다. 말쑥한 정장 차림에 가죽 장갑을 끼고 가운데 가르마를 탄 까만 염색을 한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찰리는 폭력적인 사이코.
찰리가 먼저 잭을 죽도록 패면서 3형제는 찰리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이어 찰리는 3형제의 영업을 간헐적으로 단속하고 형제들을 위협하면서 쌍방 간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런 긴장감은 찰리의 두 졸개들이 포레스트의 목을 칼로 따면서(그러나 기적적으로 살아 남는다) 치명적인 것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이 두 졸개들은 찰리의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매기(제시카 채스테인)를 강간한다.
폭력적인 영화의 사나운 기운을 완화시키기 위해 나오는 두 여자가 매기와 동네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처녀 버타(미아 와시코브스카). 매기는 시카고의 클럽 댄서 출신으로 비밀을 간직한채 프랭클린 카운티로 왔는데 그 비밀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매기와 포레스트는 물론연인이 된다. 한편 잭은 버타를 사랑해 끈질기게 구애를 하는데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둘의 데이트 장면. 그러나 이 영화는 어디 까지나 남자들의 폭력영화가 돼서 두 여자는 장식품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3형제 중 포레스트와 잭은 비교적 충실히 역동적으로 묘사 됐으나 하워드는 아주 미숙하니 그려져 실제 인물이라기 보다 마치 하나의 그림자 같다. 또 하나 유감인 것은 연기파 게리 올드맨이 맡은 갱스터 플로이드 배너역.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데 완전히 소모됐다. 하디가 묵직한 연기를 잘 하고 음악과 노래가 매우 좋다. 존 힐코트 감독.
R. Weinstein.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