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브러햄 링컨: 흡혈귀 사냥꾼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
링컨이 흡혈귀 사냥용 도끼를 점검하고 있다.
그 아이디어가 멍청한 것인지 아니면 기발 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링컨 대통령이 낮에는 백악관에서 집무하다가 밤이 되면 자신의 철전지 원수인 흡혈귀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잡는 바람에 화면에 피가 튀는 이 입체영화는 역사적 사실과 공포 액션을 짬뽕한 트기 같은 영화다.
시각적으로 스타일이 있고 액션 장면들은 박진하지만 두 장르의 혼합이 잘 되지를 않아 서로 따로 놀고 있다. 드라마로서보다는 액션영화로서 훨씬 나은 영화로 원작은 세스 그램-스미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 감독은 앤젤리나 졸리가 나온 액션 영화 ‘원티드’를 만든 러시안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링컨은 어렸을 때 흡혈귀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뒤 흡혈귀 잡는 것을 평생 목표로 삼는다. 성장한 링컨(벤자민 워커) 앞에 정체불명의 헨리(도미닉 쿠퍼)가 나타나 링컨을 흡혈귀 사냥꾼 제자로 삼고 도끼로 훈련을 시킨다.
그리고 링컨은 헨리의 지시에 따라 날에 은을 입힌 도끼로 흡혈귀들을 가차 없이 살해하는데 링컨을 충실히 보조하는 사람이 어릴 적 친구인 자유흑인 윌리엄(앤소니 매키). 역사대로 링컨은 가게에서 일하며 독학으로 변호사가 되고 정계에 입문하는데 링컨을 좋아하는 여자가 후에 부인이 된 메리 타드(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링컨은 대통령이 돼서도 흡혈귀 박멸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데 그가 도끼로 흡혈귀들의 목을 자르는 동작과 장면은 완전히 쿵후 영화를 닮았다. 피가 화면을 흥건히 적시는 액션신인데 이 밖에도 달리는 기차 위에서의 격투 등 다소 만화 같지만 흥을 돋우는 액션 신들이 잘 됐다.
흡혈귀들의 총대장은 뉴올리언스에 본부를 둔 애담(루퍼스 시웰)으로 헨리는 애담에 대한 철천지 한이 있어 링컨을 돕는다.
한편 남북전쟁이 나면서 남군의 사령관은 애담과 협약을 맺고 이어 흡혈귀들이 회색 남군복을 입고 게티스버그 전투에 투입된다.
마지막에 백악관 앞뜰에서 마차를 탄 메리 타드가 링컨에게 “여보 연극 구경에 늦겠어요”하며 재촉하는데 링컨이 연극을 보다가 암살당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매우 아이로니컬한 대사다. 일종의 유머 터치이나 웃으면서도 섬뜩하다.
컬러가 시종일관 먹물 색감으로 칙칙하나 영화의 스타일은 세련됐다. 처음으로 영화에 주연한 워커가 차분하고 튼튼한 연기를 한다.
R. Fox.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