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류미 ㅣ 내 인생의 숙제
2011-11-30 (수) 12:00:00
숙제는 언제나 우리를 골치 아프게 한다. 안하고 있으면 뒷골이 땡기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숙제!
학교를 졸업하곤 이젠 숙제에서 해방됐다고 생각했는 데 사실은 더 커다란 숙제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취업이란 숙제, 결혼이란 숙제, 그리고 육아란 숙제… 이래 저래 학교를 졸업하고 괜찮은 직장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좀 늦긴 했지만 30살을 찍기 전에 결혼도 했고 하나님으로부터 너무 예쁜 아이도 두 명이나 선물받았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하나님께 받은 최고의 선물이기도 하지만 나의 가장 큰 짐이자 숙제이기도 하다.
나에겐 참 모범생 스타일의 딸과 말썽꾸러기 스타일의 아들이 있다. 딸은 어릴 적부터 정말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쳤고 내가 한번만 얘기하면 내 의도를 그대로 알아차리고 기가 막히게도 말을 잘 들었다. 반면 아들은 하나를 가르치면 하나도 깨우치지 못했고 열번을 말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딸을 기를 땐 정말 우아한 엄마였는데 아들을 키울 땐 정말 소리만 지르는 무식한 엄마가 됐다. 아들로 인해 나에겐 숙제가 없는 날이 하루도 없었다.
학교 숙제는 최소한 주말은 쉬게 해주는 데 이 숙제는 도대체 1년 365일 24시간 동안 날 놓아주질 않는다. 그러나 이 세상엔 정말 필요 없는 숙제는 없나보다. 이 숙제가 아니였다면 평생 깨닫지 못할 것을 난 아들에 대한 숙제를 풀어가면서 배우고 있다. 모범생 딸만을 키울 때 아이들을 향한 나의 시선은 참 편협했었다.
말을 잘 안듣는 아이들을 보면 이해보다는 먼저 문제의식을 느꼈고 친구들과 잘 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눈쌀을 찌푸리기 바빴다. 하지만 수백번 얘기해도 부모나 선생님 말을 안들을 수 있고 친구들과 놀 때 문제를 일으켜도 커가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해력이 생겼다. 수백번 얘기해서 안되면 수천번 애기하면 된다는 것도 알았다. 아들 처럼 고집이 황소 같은 아이들에겐 강압보단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것도 배웠다.
아들에 대한 숙제는 아직도 힘들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어제 보단 오늘이 더 나아졌고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란 믿음은 있다. 숙제는 내가 열심히, 그리고 잘하면 꼭 해답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내 아들이 가진 가능성을 믿고 실망하지 않고 언제나 믿어주는 엄마가 되는 것! 내 인생 최대의 숙제이다.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