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송민정 ㅣ 아껴서 `잘`살기
2011-11-24 (목) 12:00:00
인생을 살면서 짧은 만남으로도 깨달음을 주는 분들이 있었는데, 9년전 회사 다닐 때 등산회에서 만난 차장님도 그 중 한분이시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 얼굴도 어렴풋한데, 그분과 대화를 하며 산을 내려오던 그 순간은 ‘갑자기 종이 울려 정신이 번쩍드는 순간’처럼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 분은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던 중에 ‘요즘 한국은 건물을 너무 쉽게 지었다가 부수었다가 해… 건물을 부수고 나면 그 남은 잔해들은 다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라고 하셨다. 계속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살고 있었지만, 우리가 소비하고 나서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전까지 깊게 고민을 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최근 접한 웹사이트(www.storyofstuff.com)는 그분이 던져준 화두에 많은 살을 붙여 주었다. 이 사이트에서는 우리가 쓰는 물건은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로 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물건들이 만들어지는 과정, 즉 자원을 추출하여 제조하여 상품을 팔고, 소비자가 그 물건을 사서 쓰고 버리는 이 과정이 원형의 사이클이 아니라 직선형이어서 언젠가는 지구 자원이 고갈되어 황폐화되고, 소비되고 버려진 물건은 쓰레기가 되어 지구 어딘가에 계속 쌓이게 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게다가 거의 모든 물건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러 화학처리가 되어서 나오는데 그것들이 대부분 독성을 띄고 있다고 한다.
한때는 전기불을 끄거나, 양말을 기워 신거나, 헌 옷을 입히거나 하는 자원 절약 행위들이 돈을 아끼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진공청소기 쓰는 전기 아끼신다고 미리 걸레질 해서 먼지 모아두고 한꺼번에 잠깐 동안만 청소기 돌리시는 할머니를 보며 그러실 필요까지 있을까라고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실은 아끼는 행위는 자원의 과도한 추출을 막아 미래의 아이들이 쓸 자원을 남겨두는 것이고, 헌 옷을 입히는 것은 직선형의 물건 소비 과정을 다시 원형으로 되돌리는 행위이다. 아마도 할머니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본능적으로, 직감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아셨던 것 같다. 나도 할머니처럼 아껴서 ‘잘’ 살아보려고 한다. 아껴서 ‘잘’살아보자!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