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가 돌아왔다. 추수감사절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반가운 손님. 알링턴 언덕 근처 숲에서 살다가 내려온 이 야생 칠면조는 40cm안팎의 수수한 빛깔과 외모로 보아 유년기를 갓 지난 암컷이다.
지난해 11월초, 우리집 근처로 내려온 이 녀석은 추수감사절이 지난 후 사라졌었다. 하필이면 왜 추수감사절이 끝나고 자취를 감췄을까. 감사절이 끝나면 터키는 아주 헐값에 팔리는 바겐 상품. 영리한 그녀는 몸값이 비쌀 때까지만 머물러야 한다는 걸 아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매일 나타나던 녀석이 안 보였을 때 누가 잡아먹은 것은 아닌가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무 사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다시 돌아온 것을 보니 무척이나 반갑고, 웬지모르게 고맙다.
칠면조가 이곳에 내려온 사연은 이렇다. 뒷뜰에서 키우는 우리집 닭들의 모이를 먹으려고 날아 들었던 그녀는 우리집 염소들한테 혼줄이 나고는 옆집 산드라네로 도망을 가버렸다. 그 후 야생동물 사랑이 극진한 산드라가 불쌍하다며 매일 먹이를 주는 바람에 그녀는 “여기가 좋사오니” 라며 아예 봇짐을 풀고, 산드라의 펫(Pet)이 된 것이다. 그것도 한달만 머물고 가는 야생 펫.
낮이면 현관입구에 앉아 먹이를 기다리고, 밤이면 길 건너 전봇대 위로 올라가 잠을 청한다. 고압선에 통구이가 될까 걱정도 했지만, 그 가느다란 전선위에서 엉덩이를 내밀며 균형을 잘도 잡는다. 새벽이면 내려와 우리 차 와이퍼에는 깃털을, 집앞 잔디에는 배설물을 남기며 출근도장을 콕 찍는다.
집앞을 지나는 차들은 시도 때도 없이 차길로 뛰어들어 유유자적 거니는 야생 칠면조 한 마리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느린 속도로 달리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커뮤니티 저널 웹사이트에도 등장하면서 꽤 유명인사가 된 그녀.
몇년 전 타임지가 선정한 ‘삶을 바꾸는 14가지 음식’ 중에 호두, 시금치, 브로콜리, 연어, 토마토 외에 육류로는 유일하게 칠면조가 들어간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웰빙식품이라는 이유다.
원래 칠면조 고기를 즐기진 않았지만 이맘 때만 되면 날아오는 그녀로 인해 나는 더더욱 입에 대기가 거북해졌다. 이미 내 마음속의 펫이 되었기 때문일까.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