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송민정 ㅣ 걷는 즐거움

2011-11-1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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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지 5년만에야 내 차가 생겼다. 운전면허를 세 번이나 떨어지는 바람에 내 소유의 차를 사지 못했기도 했지만, 차를 소유하는 것이 꺼름칙해서 미루고 미룬 탓도 있다. 차를 몰게 되면 휘발유을 쓰게 되고 휘발유를 쓰면 환경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내가 쓰는 자원은 미래에 아이들이 써야 할 것들을 끌어다 쓰는 것이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차를 사기 전에는 웬만한 곳은 다 걸어서 다녔다. 걸어서 30분 내외의 거리는 아이를 유모차 태워서 걸어다니고, 더 먼 곳은 버스나 바트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행선지가 같은 곳은 이웃들의 도움으로 카풀을 해서 다니기도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차로 3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반정도에 걸쳐 가야 하기 때문에 미리 움직여야 했고, 걸어다닐 때도 행선지까지 소요시간이 차로 다니는 것보다 훨씬 많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마음은 더 여유로웠던 것 같다.

사실 걸어서 다니면 목적지까지 가는 여정도 유랑과 같다. 아이랑 다람쥐, 나비들을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떨어진 낙엽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깔깔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은 편하기로 말하면 비할 데가 없다. 차없이 다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겠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마이카’ 시간을 일주일 밖에 보내지 않았음에도 그럴 수 있다고 말을 선뜻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차를 사고 일주일간 원하던 곳들을 보다 빠른 시간에 주파해 맘껏 다니긴 했지만 마음에 이상하게 여유가 없다. 분명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은 줄어들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늘었는데도 말이다. 마음이 더 바빠져서, 이번 일주일 동안은 아이에게 ‘빨리빨리’를 더 많이 외친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환경이고, 자원이고를 떠나서 가끔 내 마음의 여유를 되찾기 위해 다시 아이와 유모차를 몰게 될 것 같다. 내일 당장 도서관부터 다시 걸어서 가 볼 생각이다. 만화 영화 이웃의 토토로 주제곡을 부르면서…‘걷자, 걷자, 나는 건강해! 걷는 게 좋아. 함께 걷지 않을래?’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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