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윤효순

2011-10-0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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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의 아침풍경

“Good morning to you~~~ Good morning to you~~” ‘후레드다!’ 일에 빠져 있는 내 귀에 딩~동 소리와 함께 들려온 생일 축하곡에 맞춘 독특한 아침인사.

하루를 시작하는 일터는 바쁘기만 하다. 일손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준비를 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여유는 고사하고 잔뜩 긴장한 체 누군가가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시한폭탄의 자세로 뛰고 있었다. 그런 시간에 들려온 그의 인사는 카운터로 뛰어가게 만들었다. 수염이 가득한 얼굴로 눈엔 함빡 웃음을 담고 자기세탁물을 끌어안고 서서 “Good morning dear my friend…~ ~ to you.”하며 끝까지 부른다. 아침인사를 받고 있는 동안 놀랍게도 다급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인사를 마친 그는 “동쪽하늘이 희망이라는 제목이 어울릴 한 장의 카드 같다.”는 말과 함께 세탁물을 놓고 갔다. 주차장으로 나가서 하늘을 봤다. 여름동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벌써 가을의 조짐이 온 듯 솜털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서쪽하늘엔 반달이 어느새 올라온 해님과 숨바꼭질을 하는지 흩어진 구름사이를 바쁘게 달리고 있었다.


고개를 빼고 하늘을 보고 있는데 차 한대가 앞에 와 멎었다. 금발의 날씬한 애나였다. 요즈음 그녀의 가정에 생긴 어려운 일로 예쁜 얼굴에 진한 슬픔이 깔려 있었다. 초롱초롱했던 눈도 총기를 잃었다. 나는 곧 후레드의 흉내를 냈다. “Good morning to you~~~~” 하며 그녀에게 하늘을 가리켰다.

금방 환한 얼굴이 된 그녀 “와우 그림이다. 누가 그렸을까” “누구긴 누구야! 하나님이시지.” 그 순간만큼은 슬프지 않는 듯 했다. 맞아! 우리를 위하여 후레드를 보내서 아침풍경을 보게 하셨구나. 후레드의 말대로 동쪽하늘에서 해를 등에 업고 눈부신 빛을 쏟아내고 있는 구름은 절망하지마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카드였고 서쪽하늘은 애나의 말대로 붓 자국 선명한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런 하늘 아래서 애나에게 인사를 하며 서있는 나도 전쟁 같은 일상을 짜증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재충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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