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롱스사이언스 고교 12학년에 진급하는 김은선(17, 미국명 레베카)양은 다음달 1일 맨하탄 한 복판에서 펼쳐지는 코리안퍼레이드에 미국내 유일의 취타대인 뉴욕취타대 등채로 나선다.
등채란 취타대를 이끄는 지휘자로써 실력뿐 아니라 단원들의 신임을 얻어야만 오를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리. 그동안에는 이춘승 단장이 직접 등채 역할을 맡아왔지만 올 행사부터 처음으로 김양이 맡게 된 것이다. 김 양은 한국에서 태어나 5세 때 뉴욕으로 이민을 온 뒤 한글학교를 통해서 장구를 배우기 시
작하면서 한국의 전통음악을 접하게 됐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너무 좋아해 피아노부터 바이얼린, 플롯, 비올라까지 다양한 악기를 배워봤지만 장구만큼 재미있고 역동적인 악기를 다뤄보지 못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장구를 칠 때는 한국전통음악의 특징인 흥이 저도 모르게 저절로 생겨요”라며 “그럴 때면 아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이구나 하곤 하죠”라며 웃었다.
김양은 장구를 시작하고 4년째가 되던 해, 뉴욕취타대의 이춘승 단장을 만나고 재능을 꽃피웠다. 장구 뿐 아니라 태평소, 꽹과리, 북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악기를 능숙하게 다룰 만큼 능력을 보였지만 뉴욕에서 김양을 전문적으로 지도해줄 지도자를 만나기 어려워 잠시 음악을 쉬기도 했다고. “4년째가 되던 해부터 실력이 정체돼 있는 걸 느낌이 들었어요. 더 새로운 걸 배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죠. 그래서 1년 동안 음악을 그만 두기도 했어요” 당시 김양이 장구를 공부하던 한글학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김양의 재능을 유심히 지켜봐왔던 이단장은 취타대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가장먼저 김양에게 연락했다. 이단장은 “김양은 뉴욕취타대의 창립멤버로써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습에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매우 성실한 학생이다”며 “실력이 부족한 학생이 있으면 한번 싫은 내색 없이 웃으며 끝까지 가르쳐주는 책임감도 강하며 사교성이 좋아 뉴욕취타대에서는 몇 해 전부터 리더 역할을 맞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양의 뛰어난 연주 실력은 미주 지역 곳곳에서 빛을 내고 있다.지난해 4월에는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열리는 코리안뮤직페스티발에 아마추어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프로 국악인들과 비교해도 기죽지 않을 실력을 선보여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에 대학측이 뉴욕취타대 전원을 초청해 단독 공연을 성사시켰을 정도. 또한 지난 6월에는 전 세계 42개 팀이 참가한 제 11회 세계국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한 김양은 취타대소속 친구들과 함께 링컨센터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국악인들과 한 무대에 서는 영광을 누렸다. 내년에는 뉴욕대표로 ‘세계사물놀이겨루기대회’에 출전해 대통령상을 놓고 세계각지에서 온 쟁쟁한 실력자들과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김양은 한국전통음악을 배우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한국의 문화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밝혔다.“국악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들은 잘 모르는 게 사실이예요”라며 “저 같은 한인 2세 친구들은 사춘기 때 정체성 혼란이 오는데 국악을 배우면 저절로 자신
의 뿌리가 어디인지 찾을 수 있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가을에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문제를 규탄하기 위해 뉴욕고등학교사물놀이연합을 구성해 아이랑 광고가 나오고 있는 맨하탄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주장하는 국악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어릴 적부터 심장이 아파 큰 수술을 받은 2살 아래의 동생 태우처럼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밝힌 김양은 의사가 되서도 취타대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죽을 때까지 봉사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