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원 데이 (One Day) ★★★ (5개 만점)
덱스터(왼쪽)와 엠마는 20년간 사랑과 우정의 줄다리기를 한다.
고전적 러브스토리 ‘미지근’
1988년 7월 15일 영국의 에딘버그대학 졸업식이 끝난 날 새벽에 만나 20년간을 우정과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면서 마침내 둘이 서로의 영혼의 반려자임을 깨닫게 되는 고전적 스타일의 러브 스토리로 얘기는 역시 7월 15일 황혼에 끝난다.
데이빗 니콜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으로 니콜스가 각본을 썼는데 두 주인공의 20년간의 관계를 7월 15일에 맞춰 그리고 있다. 같은 날 둘은 서로 만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각기 나름대로의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끈질기게 이어지는 두 사람의 인연과 관계를 달콤 씁쓰름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 긴 세월을 보내는 동안 둘이 겪는 우정과 사랑과 후회와 동경 그리고 향수가 가득한 구식 스타일의 러브 스토리인데 두 주인공 역의 앤 해사웨이와 짐 스터지스의 화학작용이 신통치 않아 강렬하고 아름다운 얘기가 크게 어필하질 못한다.
그리고 덴마크인 여류감독 론 셔르픽(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교육’)의 연출 솜씨가 신선하지 못한 대신 무거워 간절한 사랑의 얘기가 장마 날씨 처럼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나 로맨스영화광들이 볼만은하나 크게 기대하진 말기를 권한다.
엠마 몰리(해사웨이-흥행을 위해 영국배우 대신 할리웃 스타인 해사웨이를 쓴 것 같다)와 덱스터 메이휴(스터지스)는 졸업식 날 새벽까지 졸업을 즐기다가 첫눈에 서로에게 반해 곧장 덱스터의 아파트로 달려 간다.
이 때부터 20년간의 둘의 사랑과 우정의 복잡한 관계가 시작된다. 둘은 서로 다투고 울고 웃고 기대하고 요구하며 또 의지하고 갈등하고 고뇌하고 회의하면서 대학 졸업생에서부터 성인이 되는 여정을 통해 성장하는데 비로소 진정한 성인이 돼서야 그들 각자의 참 반려자가 바로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중산층의 엠마는 아름답고 총명하고 원칙적이며 꿈이 많은 여자인 반면 부자인 아버지 스티븐(켄 스톳)과 어머니 앨리슨(패트리샤 클락슨)의 외아들인 덱스터는 버릇 없는 망아지 같은 청년으로 인생을 유희의 마당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정반대의 성격과 배경을 지닌 엠마와 덱스터는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처음부터 머뭇거리는데 엠마가 먼저 덱스터에게 친구가 되자고 다짐하고 덱스터는 이에 응한다. 그 뒤로 두 사람은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데 둘은 비록 함께 있지는 못해도 서로가 그립고 또 조언이나 위로가 필요할 때면 연락해 만난
다. 둘은 다른 날에도 만났겠지만 영화는 7월 15일의 둘을 보여준다.
엠마는 식당 웨이트리스에서 교사를 거처 베스트실러 아동소설 작가가 되고 덱스터는 유명 TV쇼 사회자가 된다. 그러나 덱스터는 엠마에 대한 그리움과 타고난 방탕기로 인해 폐인이 되다시피한다.
그러면서도 둘은 지키기로한 약속을 깨지 않으려고 온갖 애를 쓰면서 관계를 유지해 간다. 세월이 흐르면서 엠마는 서툰 스탠드업 코미디언 이안(레이프 스팔)과 동거하고 덱스터는 실비(로몰라 가라이)와 결혼해 딸까지 낳지만 서로를 잊지 못해 그리워한다. 그리고 처음 만나지 20년이 지나서야 둘은 서로가 진정한 영혼의 동반자임을 깨닫는다. 영화는 참 사랑을 느끼는 순간 그 것을 놓지지 말라고 경고하듯이 끝난다.
PG-13. Focus.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