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한다.
곧게 뻗은 나무는 먼저 잘리어 땔감용이나 목재용으로 쓰이지만
못 생긴 나무는 베이지 않고 끝까지 남아서 거목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산을 지키는 나무는 거의 소나무이다. 척박한 땅 속 깊게
내리 뻗은 뿌리는 나무로 하여금 모진 비바람도 굳건히 견디게 하며
잎은 늘 푸르다.
솔 향기는 한민족의 문화적, 정서적으로 가슴 깊이 스며들어 있으며
애국가 가사에 나오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는 마치 철갑을 두른 듯
하고, 온갖 바람 서리에도 불변함은 우리 민족의 늠름한 기상을 대표
하고 있다. 또 조국 광복의 염원을 담은 ‘일송정 푸른 솔’은 민족의
비운을 한 몸에 지니고 선구자의 출현을 고대하며 용정(龍井)의
해란강을 가르는 비바람에도 꿋꿋이 서 있기도 하였다.
소나무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산다. 우리 민족의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며 이만한 덕성을 지닌 나무가 또 어디 있겠는가!
지난 2008년 2월, 어이없는 방화로 인해 불타버린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의 복원에 쓰이는 나무가 바로 이 못생긴 소나무(금강송)
들이다. 나무의 질이 단단할뿐더러 송진이 습기로부터 목재 자체를
보호해 병충해에 강하고 내구성이 길어서이다.
우리가 숲 속에 들어가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은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Phytoncide) 때문인데, 자연이 선물한 천연 항생제로서
이는 숲이 주는 보약이며 특히 편백나무를 비롯하여 소나무과(科)
나무에 많다고 한다.
소나무는 또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베푼다.
송진에서부터 송화 가루, 솔잎, 껍질, 재목에 이르기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명품 나무이다. 십장생(十長生)에도 등장하는
소나무에 학(鶴) 한 마리가 날아들고 그 아래로 강물이 흐르며 멀리
산 그림자가 아스라히 비추이면 정감 어린 한 폭의 산수화가 된다.
이렇듯 소나무에 대해서 예찬을 아끼지 않는 것은, 나무는 자만하지
않고 때가 되면 스스로를 전부 내어줄 줄 알기 때문이다.
못 생기고 굽은 나무라 지금은 비록 볼품없고 쓸모가 없다 할 지라도
거센 풍파 속에서도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나무에게 애정 어린 눈길을 한번 더 준다.
곧은 나무에게는 쉴 자리가 별로 없지만 굽은 나무에게는 새들도
날아들며 제 둥지를 튼다. 굽은 나무가 비를 더 많이 맞으며 눈을
더 많이 이는 것이다. 무릇 사람도 상대방에게 쉴 자리 하나씩 내어
주려고 굽힐 줄 아는 사람이 아름답다.
이제껏 나는 곧은 나무였다. 주위에 햇살을 받지 못해 힘들어 하는
나무가 많은데 나는 나 자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나 혼자 햇살을
받으려 고개를 빳빳이 들다가 오히려 자기 그늘을 오그라뜨리고
말았다. 나도 이제는 햇살 많이 비추는 쪽으로 내 가지들을 굽히며
다른 좋은 나무들과 더불어 자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