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아이린 서 | “천하장사 실반”

2011-03-13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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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 세상에서 혼자 사는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형제들도 있습니다. (앨버트 슈바이처)”

“실반”, 그는 작고 마른체격의 프랑스인이다. 어느날, 내가 무거운 책장을 옮기려고, 책들을 꺼내고 있었는데, 피식 웃더니, 두팔로 번쩍 들어서 옮겨주었다. 함께 근무하는 가장 큰 체격의 동료는 그 책장을 밀지조차 못했었다. 실반은 천하장사다.

그는 프랑스 남부 어려운 가정에 태어나, 고교 졸업후, 머물곳이 없어, 원양어선에 취직해, 먼 바다에서 2년간 꼬박 배에서 일했고, 사투를 벌이는 뱃일을 하느라 팔힘이 장사가 되었다. 모은 돈으로 컴퓨터 학원에서 매일 20시간 이상 미친듯이 공부한후, 꿈을 품고 미국 실리콘 벨리로 왔지만, 대학 학위가 없어 계속 취직이 거절 당했고, 어느날 그는 한 회사의 메니저에게 직접 찾아갔는데, 메니저가 이력서를 흘깃보더니, 채용이 어렵다고 말하던중, 한 직원이 그 메니저에게 시스템에 어떤 문제를 도저히 해결할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듣게되었다. 실반은 그 문제를 해결하면 취직시켜주겠느냐고 물었고, 메니저는 이 문제는 팀원 전체가 지난 몇 개월을 매달려오다가 이젠 포기하려는 것이라고 말해주며, 3일의 시간을 주었다. 실반은 혼신을 몰입해 그 일을 해결했고, 취직했다. 실력을 인정받고 성공적으로 지내다가, 아시아 지역에 자원해서, 현재 서울에서 큰 컴퓨터 회사에서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가 매주 전라도의 한 고아원을 방문하기 시작한지 7년정도 되었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가르쳐주며, 아이들과 함께 산과 개울도 가고, 운동도 하고, 요리도 한다. 한국에서 큰 혜택을 받아온 나보다, 그가 더 많이 베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 고맙다.

손가락중에서 가장 힘이 센 손가락은 새끼손가락이라고 하는데,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줄 알기에 동감이 간다. 힘이 세어서 뿐만이 아니라, 실반이 고아들과 손가락걸고 오래 만나자고 한 약속을 7년이상 지키고 있는 그가 아주 든든한 천하장사 인것이 분명하다. 요즘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한적이 없는것 같다. 손가락 걸고 약속을 많이 했던, 소꿉친구 태인이와 밤새도록 어릴적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KEMS TV 뉴스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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