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곰만큼 우리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사랑 받는 동물은 없을 것이다. 북미베어센터(North American Bear Center)의 로저스(Lynn L. Rogers) 박사는, 곰에 대한 이야기가 고대 및 현대 문학, 민요, 전설, 신화, 어린이 소설 그리고 만화영화 등에서 자주 나타날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곰은 어린 아이들이 태어나 성장하면서 가장 먼저 인식하는 최초의 동물 중 하나라고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단군신화에도 곰이 나타난다. 고조선의 시조인 단군의 어머니는 곰이 인간으로 변한 웅녀(熊女)이다. 곰을 숭배하는 중국의 어떤 종족은 수곰을 ‘할아버지’, 암곰을 ‘어머니’라고 부르고 또 다른 종족은 곰을 ‘늙은이’, ‘어르신’이라고 부른다. 중국처럼 시베리아에서도 곰을 ‘늙은 아버지’라고 부르며 미국 인디언들은 ‘네 발 달린 인간’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처럼 그간 인간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곰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동서를 막론하고 일반 언론매체에서 자주 언급되는 기사거리 중 하나이다.
필자는 그동안 크레이터 레이크, 레이크 타호,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을 여행하였다. 한결같이 곰을 주의하라는 문구가 있었다. 루마니아 카르파티아 산맥을 가 봐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고문은 ‘곰을 자극하지 마세요!’, ‘음식물을 자동차 안에 두지 마세요!’ 등 아주 다양하다. 또 루마니아의 경고문에도 ‘곰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마세요!’, ‘동물들의 평안함을 방해하지 마세요!’라고 적혀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과 루마니아에서 곰이 빈번하게 출현하는 지역에 설치되어 있는 쓰레기통 모양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두 나라에서 설치되어 있는 쓰레기통은 대개 앞문을 열었을 때 안쪽 밑 부분이 닫히게끔 만들어져 있어 곰이 문을 열어도 쓰레기통 안에 있는 음식물을 꺼낼 수 없게 되어 있다. 또 일반 쓰레기를 한곳에 담아두었다가 이후에 트럭이 운반하는, 철제로 된 큰 쓰레기통은 아예 곰이 문을 열 수 없게 문손잡이에다 용수철 장치를 해놓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가보면 곰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종이 인쇄물은 물론 공원 측이 자체 제작한 영상 홍보물까지 볼 수 있다. 대개 곰은 일반 음식물은 물론 쓰레기나 심지어 캔이나 병으로 포장된 음식도 냄새를 맡고 접근하기 때문에 공원 측은 절대로 자동차 안에 음식물을 남겨두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 영상 홍보물에는 곰이 음식물을 찾아 자동차 안에 들어간 후 빵 봉지를 물고 나와 잽싸게 도망치는 장면, 부서진 자동차 모습 그리고 결국 곰이 사살된 모습 등이 기록되어 있다.
곰이 위험해지는 것은 인간이 주는 음식물을 먹으면서부터라고 한다. 또 곰이 위험하고 파괴적인 행동을 하면 결국 사살해야만 한다고 한다. 즉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많이 공유하면 할수록 사살될 확률이 많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공원 측은 곰이 먹이를 찾아 인간세계로 내려오지 못하게끔 홍보하고 있다. ‘곰이 야생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Help keep bears wild)!’라는 문구가 그것이다. 공원 측은 “인간의 작은 실수로 인해 곰은 죽음이라는 희생의 대가를 치른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곰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중 하나가 곰을 직면했을 때의 퇴치방법이다. 대개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은 그냥 죽은 척하는 것이지만 북극의 에스키모 인들은 곰의 코를 강하게 타격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곰을 만났을 때 가능한 자극하지 말고 조용히 그곳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물론 곰을 자극하지 말아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이 다가올 경우 더 세게 저항하라고 권고한다. 손뼉을 크게 치거나 캔(can)과 같은 것을 세게 두드려 소음을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곰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때 대부분 청각에 의존한다. 곰의 청각은 시각보다 훨씬 더 발달되어 있을뿐더러 후각과는 달리 모든 방향에서 전달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시끄러운 소음을 내어 청각을 자극함으로써 곰을 쫓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곰은 아주 겁이 많고 소심하다고 한다. 곰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힘센 곰이 다람쥐나 생쥐가 바스락거리며 내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곰은 새는 물론이고 나비나 나방이 가까이 다가올 때에도 놀라서 움찔하며 뒤로 물러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