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이경이 / 모퉁이를 돌며
2011-02-01 (화) 12:00:00
몇 달 전 신문사로부터 <여성의 창>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 사실 10년 전에도 원고부탁을 받고, 뭣 모르고 쓴다고 대답했다가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다. 매 주마다 원고마감일이 왜 그렇게도 빨리 돌아오는지……. 기한에 맞추어 글을 써내야 했기에 소재가 쉽게 잡히지 않을 때는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그때 다시는 신문에 글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신문사의 강한 설득에 그만 넘어 가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지금의 나는 과연 어떤 글을 쓰게 될까’라는 호기심도 있었다.
사실 신문사로부터 원고청탁을 받았던 몇 달 전, 나는 나이 탓 때문인지 굉장히 무력해지고, 일에 대한 의욕도 없으며,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을 때였다. 하지만 3개월 동안 원고를 쓰기로 약속을 했기에 글의 소재를 찾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물을 보든지, 사소한 일을 겪든지 그것들 속에 담긴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생각운동’을 했다. 솔직히 글을 쓰는 것은 나 자신과 싸움이었다. 많은 분량을 써야하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글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보면 몇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한 편의 원고를 쓸 수 있었으니, 남들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것도 다음날 보면 표현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또 고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이렇게 ‘유난을 떤 후에’ 수요일마다 신문에 내 글이 실렸다. 주변에서 일어난 나의 작은 삶을 나눈 것뿐인데도 많은 분들이 공감을 느꼈다며 기뻐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다. 예상하지 못한 분들까지도 전화를 주셨으며, 맛있는 음식을 사 주신 분들도 있었다. 이렇게 글을 쓰고, 독자들을 만나면서 내가 앓고 있던 중년의 마음의 병이 자연스럽게 낫게 되었다. 이전보다 자신감이 생기면서 행복의 날개로 날기 시작했다. 무기력한 중년의 삶의 한 모퉁이를 돌다가 마주치게 된 새로운 도전이 나를 많이 변화 시켜 주었다. 삶을 살다보면 인생의 여러 모퉁이를 돌게 된다. 그때마다 만나는 새로운 도전을 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이처럼 내가 좀 더 성숙하게 되고 새로운 길로 발견하게 되는 듯하다.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매주 마다 원고를 써야하는 책임은 끝나지만, 그 동안 글을 통해 독자들과 나누었던 나의 결심들을 이제는 삶으로 살아 내야 하는 책임이 생겼다. 그동안 글을 실어주신 분들과 읽어주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