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폴 손 칼럼] 목사들의 격투

2011-01-12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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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타지역의 한인 목사 한분이 있다. 키 보드를 가지고 다니면서 한인들이 밀집한 양로원을 방문해서, 찬송가를 반주하며 예배를 인도하는 분이다. 큰 교회를 목회하면서 재정적으로도 충분한 그러한 목사가 아니라, 바지의 끝단이 헤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건반을 누르는 한동작 한동작에는 하나님께 드리는 사랑이 깃들어 있었다. 야심찬 목사도 아니고, 그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겠다는 생각으로 양노원의 한분 한분께 인사드리고, 복음을 전하며, 예배를 인도하고, 또 고통 속에 계신 분을 위해서는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다고, 양로원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이 돈이 많아 드릴 형편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루 종일 무료하게 보내는 이러한 분들을 이름없이 빛도없이 찾아 다니는 것이었다. 그런가하면…

수년 전, 소속된 교회에서 퍼스펙티브스 (Perspectives)라는 강의를 12주간 들은 적이 있었다. 강사는 복음 사역을 하는 분으로 매주 바뀌었다. 첫번째 강의에서. 밥 쇼그렌 (Bob Sjogren)과 제랄드 로비슨 (Gerald Robison)이 공저한, “고양이와 개 신학 (Cat & Dog Theology)”이라는 책을 소개받았다. 저자들은 한국에서도 같은 내용의 선교 세미나를 개최한 바있다. 이 책 내용은 이미 지난 2009년 2월 9일 미주 한국일보에 LA의 한 목사에 의해 간단히 소개된 적이 있다.

내용을 보면, ‘고양이와 개 신학’은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을 고양이에 비유하고, 하나님께 순종하는 모습을 개에 비유한 신학이다. 이것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자는 취지로 저자들이 개발한 것이다. 먼저, 개 신학을 소개하면, “당신은 날 먹여준다. 당신은 날 귀여워해준다. 당신은 내 거처를 마련해 준다. 당신은 날 사랑해준다…그렇다면 당신은 분명히 나에게 있어 하나님이 틀림없어요!” 하고 고백한다. 반면에 고양이 신학을 이야기하자면, “당신은 날 먹여준다. 당신은 날 귀여워해준다. 당신은 내 거처를 마련해 준다. 당신은 날 사랑해준다…나를 이토록 떠받쳐주니 분명 내가 바로 신이로구나!”한다. 얼핏 들어보면 서로 비슷한 것 같지만 결론은 전혀 딴판이다. ‘고양이 신학’에 있어 부차적인 교리가 또 있다. “내 먹을 밥은 어디 있지?” “여기 있는 것 모두 다 내 꺼야!”라는 이 두 말은 곧 ‘고양이 신학의 중심교리’ 라고 말할 수 있다. 내게 주어진 삶의 은혜를 창조주께서 내리신 선물이라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삶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을 신으로 착각하는 고양이 신학에 따라 살고 있다. 개는 밥을 몇끼 안줘도 주인 옆에서 맴돈다. 하지만, 고양이는 밥을 한끼라도 안주면 주인을 떠나 혼자 먹을 것을 찾아다닌다. 그러다 아주 주인을 떠난다. 여기서 고양이와 개의 삶이 극명하게 나눠진다.


새해들어 본국에서 전해지는 첫 기독교계 소식은 서울의 소망 교회에서 있었던 담임 목사와 두명의 부목사 간의 격투 소식이다. 뉴스에 의하면, 7만명에 이르는 등록 교인들이 원로 목사파와 담임 목사파로 나뉘어 8년째 다투고 있다고한다. 지난 2일, 1부 예배가 끝난 직후, 김지철 담임목사가 있는 당회장실에 보직 해임된 조모(여) 부목사와 해임된 최모 전 부목사가 찾아왔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해임에 관해 강력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져 담임목사가 왼쪽 눈 주위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최 목사는 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김 목사가 먼저 목을 조였고 이를 방어하다가 서로 넘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정말 ‘빡 세게’ 그리스도를 위해 격투를 벌렸나보다. 개신교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곽선희 원로목사와 김지철 담임목사 지지세력 간의 알력으로 보고 있다. 1977년 소망교회를 세운 곽 목사가 2003년 은퇴하고, 장로회신학대 교수로 있던 김 목사가 부임하면서 교회 내에서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그룹과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그룹 간 세력 다툼이 계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곽 목사는 자신의 후임으로 대학교수로 재직하던 두 명의 젊은 목사를 추천했지만, 이들이 중도에 탈락하면서 중진급인 김 목사가 부임하게 됐다. 두 부목사는 곽 원로목사의 측근이다.

사실, 이 지역에서의 교회 갈등 중에는 원로 목사의 강한 입김이 원인이 된 경우도 있었다. “나 아니면 안돼”라는 어리석음 보다는 “나 없어도 세상이 잘 돌아간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다” 라는 현명함으로 그리스도를 전하는 목회자들이 되기 바란다. 소망 교회의 목사들이 저지른 짓을 보면, 우리 말로는 ‘개 판’이지만, 밥 쇼그렌의 저서에 의하면 ‘고양이 판’이다. 무슨 판이든지 간에 하나님의 곳간에서 녹을 타는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욕되게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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