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 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 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神의 발성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오세영시인의 ‘1월’이란 시를 읽으며 올 1월은 내게 무엇일까고 생각해 본다. 1월이 물이라면, 두레박으로 막 길어올린 정갈한 정한수일까? 밤새 조금씩 고여, 새아침 하늘에 올리고, 식구들 밥을 짓는 새댁의 손길에서 따뜻이 녹는 사랑의 뜨물일 게다. 1월이 산이라면 자락이 넓은 큰 산일까? 우거진 초목속에 어린 토끼도, 맹수도 함께 깃들고, 골이 깊어 세상 어떤 소음도 순하게 품어안는 어머니의 가슴같은 심산(深山) 일게다.
1월이 창이라면, 흰 부리새가 날아가는 하늘이 훤히 보이는 동창(東窓)일까? 지난 한해 힘겹게 살아온 사람들을 찾아, 희망의 꽃잎을 물고 힘차게 비상하는 새의 날갯짓이 눈부신 창일게다. 1월이 집이라면, 행복을 파는 가게일까? 나만의 만족을 찾아 종일 헤매다 상처만 안고 빈 가슴으로 돌아가는 군상들에게 누구에게나 나눠줄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이 즐비한 그런 집일게다.
올해도 모두 행복하길 소원한다. 그런데 행복이 어디에도 보이지않는다. 새해 벽두에 어느 언론사에서 ‘한국인의 행복’에 대해 조사했는데, ‘지금 나는 행복하다’는 사람은 7%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다른 9개국은 ‘나’ 자신이라고 대답한 반면, 한국은 ‘빌 게이츠’라 했다는 것이다. 또 ‘무엇으로 행복해질까’ 물었더니 태반이 주저없이 ‘돈과 물질’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찌 한국인만 탓하랴? 지난 6천 년간의 인류역사에서 전쟁이 없었던 해는 겨우 268년 뿐이었다고 한다. 미움과 분쟁과 욕심이 있는 곳에 행복이 없음을 증명하는 역사적인 사실이다. 나와 이웃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지혜로 살지 않으면 화평이 없음을 다시 일깨워준다.
올해는 70%만 만족하면 행복하다고 느끼기로 한다. 살아보니 부족한 내가 이세상에서 다 가질 수 없고, 다 이룰 수 없고, 다 만족할 수 없다. 이웃들도 내 이기적인 기대치를 다 채울 수가 없다. 올해는 너와 나의 부족함 속에서 행복을 찾기로 한다. 소위 ‘7할 행복론’이다.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올해도 꽃을 피우지 못한/ 난초가 곁에 있으니/ 기다릴 줄 아는 겸손함을 배울 수 있기 때문..//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내안에 찾지 못한 길이 있으니/ 인생은 지루하지 않은/ 여행이기 때문../ 모자라면 모자란 만큼/ 내안에 무엇이 또 자라난다/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홍수희, ‘행복한 결핍’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