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몰(mall) 주차장을 꽉 채운 차들을 보니, 시즌은 시즌이다 싶다. 몇 번을 돌아도 쉽게 자리가 나지 않아, 남편이 주차를 하고, 난 먼저 쇼핑을 시작하기로 했다. “혹시 일찍 끝나면 전화해.” 서둘러 내리는 내게 남편이 말한다. 아무리 주차가 붐빈다지만 차 댈 동안 쇼핑이 끝이 나겠는가! 시작도 하기 전에 김을 빼 버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남편이 너무 늦어진다 했더니, 핸드폰엔 벌써 여러 번 남편의 메시지가 들어 와 있었다. 주차도 힘들고, 연락이 되질 않으니 화도 날 법했을 텐데, 의외로 남편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게다가 메시지는 신선했다. 산타클로스를 찾아오란다. 무슨 상점이라든지, 커피점으로 오라고 해도 될 텐데 산타클로스를 찾아오라는 그 표현이 기분을 좋게한다.
산타클로스 주변엔 사진을 찍기 위해 늘어선 줄이 제법 길었다. 즐거워들 보였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색다른 복장의 산타가 무서웠는지 울고, 도망가고 한다. 너무 심하게 우는 경우엔 그만두어도 좋을 텐데 부모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산타 무릎에 아이를 앉히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꼭 진짜 산타를 만난 이들 같았다. 그러고 보니 산타 모습이 꽤 그럴듯했다. 보기 좋게 나온 배, 정말 기른듯한 깔끔한 흰색 수염 그리고 안경 밑에 회색 눈동자도 보면 볼수록 신비해 정말 그에게 소원을 이야기하면 크리스마스 아침, 내 머리맡에 선물을 놓아 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얼마를 산타에 정신을 판 사이 남편이 보이질 않았다. 화장실에 갔을까 싶어 찾아 나섰다가, 아뿔싸!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보고 말았다. 잠시 쉬는 시간인지 산타가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다 듣지는 못했지만 유독 욕 몇 마디가 귀에 꽂힌다. 산타가 욕을 하다니, 맥이 확 풀렸다. 그러고 다시보니 불룩한 배는 게을러 보였고, 수염이 간신히 그의 본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 산타클로스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때 멀리서 남편이 커피를 사 가지고 걸어오는 게 보였다. 뭐가 좋은지 계속 웃는 남편, 보기 좋았다. 그래 산타클로스가 어디 멀리 있겠는가? 그가 그리고 내가 서로에게 산타클로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