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브라운의 예산전쟁

2010-12-16 (목) 12:00:00
크게 작게

▶ 오늘과 내일

시계제로의 암담한 예산전쟁을 앞두고 제리 브라운이 전초전에 돌입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된 이후 한 달 가까이 몸을 낮춘 채 거의 보이지 않던 브라운이 지난 주 새크라멘토에서 대규모 예산포럼을 주재하며 캘리포니아 전 주민이 참전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는 적자와의 투쟁, ‘예산전쟁’의 개전을 선언한 것이다.

새해 1월3일 취임하는 브라운은 1월10일까지 새 회계연도 예산안을 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 법정 마감일을 맞추려면 이번 주엔 예산관련 주요 결정들을 마무리해야 한다. 갈 길은 바쁜데 대책은 막막한 새 주지사가 돌파구 마련을 위해 내딛은 첫 걸음이 예산포럼이다. 각 지역에서 주제별로 몇 차례 개최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주 수요일 새크라멘토엔 차가운 겨울비가 내렸다. 민주·공화 양당 주의원들, 각 로컬정부 관리들, 노조를 비롯한 이익단체 대표 등 5백명이 참석한 첫 번째 예산포럼이 열린 메모리얼 오디토리엄 안의 분위기도 바깥의 축축한 거리 못지않게 음울했다. 주정부 재정관계자들이 차례로 브리핑하는 적자현황은 ‘주 사상 최악’임을 재차 증명했다. 스크린에 뜬 영상의 제목도 “금년보다 더 나쁜 내년”이었다.


첫 번째 포럼인 새크라멘토 ‘예산 서밋’의 목적은 바로 이 같은 정확한 상황인식이었다. 말하자면 예산위기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주민전체에게 확실하게 알려주어 관심을 집중케 하려는 이례적인 캠페인이라 할 수 있다. 위기의 심각성만 지적했을 뿐 브라운은 자신의 해결책을 발표하지도, 참석자들의 대책 논의를 유도하지도 않았다.

향후 18개월간 281억 달러의 적자에 직면해 있으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최소 5년간 해마다 적자가 200억 달러에 이르게 될 현실을 적나라하게 제시한 후 이것은 어느 한 당 어느 특정 그룹이 아닌, 캘리포니아 전체의 공동문제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몇 해 동안 표면적 균형예산 짜 맞추느라 임시방편으로 동원해온 ‘반창고 대책’의 얕은 수법도 낱낱이 폭로됐다. 결국은 그 때문에 만성적자가 악화되었다고 지적한 브라운은 더 이상은 근시안적 임시방편 속임수는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임시치료의 반창고를 떼어내고 상처를 다 함께 확실하게 들여다 본 후 고통스러워도 완치를 위한 치료에 들어가자는 뜻이다.

참석자 대다수가 ‘죄책감’은 느꼈겠지만 공정하게 제시된 ‘진실’에 고개를 끄덕였으며 무겁고 우울하긴 했지만 양극화된 새크라멘토에선 드물게 ‘적대감’은 없었던, 브라운의 올바른 첫 행보였다고 LA타임스의 주 정치 칼럼니스트 조지 스켈튼은 평가했다.

이틀 전 LA에서 열린 두 번째 포럼에선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었다. 교육관계자 2백명이 초청된 교육예산 포럼이었다.

이미 지난 몇 년 수십억 달러 지출삭감으로 휘청대고 있는 교육계 관계자들은 더 이상의 삭감은 안 된다면서 “우린 지금 절벽에 서있다”고 호소도 했고 “이제 더 이상 뼈에 붙은 살점은 없다, 남은 것은 뼈를 잘라내는 것뿐”이라고 위협도 하면서 주지사를 압박했다.

전 주민에게 예산위기의 심각성을 각인시켜주려는 브라운의 ‘겁주기’ 경고도 한 단계 강해졌다.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나쁘다. 충격적이다…추가삭감이 없다는 약속은 할 수 없다.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수입증대로 위기를 풀어달라는 교육자들의 호소를 정면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는 내년 예산안 절차의 빠른 진행을 촉구했다. 예산안 제출 후 60일 이내에 주 의회에서 합의안을 마무리하자는 구체적 일정을 제시한 것이다. 그렇게 3월중에 예산안이 마련되면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7월 이전 5~6월에 세금인상 여부를 묻는 특별선거를 실시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물론 브라운은 세금인상에 대해선 아직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자신의 예산안이 ‘충격적’일만큼 가혹한 삭감안이 될 것을 예고했을 뿐이다. 그 가혹한 긴축예산안을 들고 유권자에게 묻을 것이다 : 교육과 복지 모든 서비스의 대폭삭감을 감수할 것인가, 약간의 세금인상으로 이 가혹한 충격을 완화시킬 것인가…여러분이 선택하라.

72세 백전노장 브라운은 섣부른 위협이 통하기엔 주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너무 깊고 의회와의 합의안 마련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다른 옵션은 없다. 인기 없는 조처인 줄은 알지만 정치생명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그는 말했다. “난 정면도전을 결심했다. 공정하게, 투명하게, 영구적으로 - 그것이 나의 목표다”

결국 균형예산 실현을 위한 적자의 근본적 해결책은 캘리포니아 전 주민의 고통스런 희생을 의미한다. 그러나 고통스런 희생 없이는 우리 아이들이 살 미래의 캘리포니아에도 건전한 재정은 마련되지 못 할 것이다. 복지삭감이든, 세금인상이든 당장 개개인의 희생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우리 모두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박 록/ 주 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