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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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중 칼럼 - 행복의 파랑새

2010-12-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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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수감사절에, 공부하느라고 보스턴과 버클리에 떠나 있던 아이들이 오랜만에 돌아와 한가한 시간을 가졌었다. 연년생이라 어려서부터 친구같이 지내 그런지 쉴새 없이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드는 게 끝이 없고 그 모습을 보고 있기만 해도 흐뭇해서 절로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이 아이들이 갓난아이 였을 때 수도 없이 많은 기저귀와 분유깡통을 사들였었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하루 빨리 집을 사서 이사하고 싶었었다. 넓은 차고에 왕창 쌓아놓고 살면 편할 것 같다는 것이 집장만의 첫번째 이유였던 것 같다. 이제 넓은 차고는 있지만 아이들이 떠나가고 먼지만 쌓이는 곳이 되어버렸다.

며칠째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도 불어 을씨년스런 바깥 날씨와는 다르게, 부엌에서 나는 구수한 칠면조구이 냄새와 식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훈훈하게 느껴지는 집안에 앉아 있으려니 인생에서 더 바랄게 무엇이 있나하는 생각이 얼핏 스친다. 연휴 며칠 중 단 하루라도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군복무할 때 분대장을 했던 것처럼 가족분대원 전원을 집합시키고, 가까운 애로우헤드 호수가 있는 산행을 했었다.

올 한해도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주위에서 여러 일들이 일어났으며 그 중에는 좋은 일도 있었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다시 돌이켜보면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며 무탈하고 아이들이 반듯하게 자라 나름 제몫을 다하느라 노력하는 것이나, 극심한 불경기 중에도 에이전트 한명 한명이 모두 최선을 다해 자기자리를 지키며 유례없는 부동산 불경기속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여주었으며 아직도 건실한 부동산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감사할 일뿐이다. 나 혼자의 힘이 아니라 모든 소속 에이전트들이 자기 이익보다는 고객의 유익을 앞서 생각하며 발로 뛰어 이루어 낸 성과가 회사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의 발전과 이익에 일조하였다는 자부를 하고 있다.


문득 누구나 한번 씩 읽어봤을 벨기에의 작가 모리스 마텔링크가 쓴 “파랑새”라는 동화가 생각나는데 이 이야기가 어쩌면 아이들 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 행복은 늘 바로 곁에 있지만 우리의 욕심 때문에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만 추구하며 시간과 노력을 허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모두 파랑새증후군(bluebird -syndrome)에서 벗어나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얼마나 귀하고 행복한 곳인가 깨닫고 감사해야겠다.

물론 현실에 안주하지 않아야 발전이 있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지금의 현실 문제를 해부하고 개선해 나가야 자기계발이 되어 좀 더 보람된 생활을 영위하게 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말아야하며 어떤 형편에 처해있던지 지금 행복을 느껴야 미래가 더욱 행복해 진다고 한다.

예전에는 장래의 성공을 위해 오늘의 어떤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으나 부동산회사를 운영하며, 소속된 에이전트들에게 가장 먼저 바라게 되는 것이 그들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물론이나 그에 앞서 그들 한사람 한사람이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고 만족하며 “성취감”과 “감사함“을 동시에 갖어야 제대로 된 직업의식이 있는 에이전트가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너무나 어려운 이런 불경기일 때 누구든 실패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실패해서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이얘기를 해주는 것도 좋을듯 싶다. “실패했다고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넘어지지 않고 달리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넘어졌다 일어나 다시 달리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

인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축복받은 존재라고 하는 말에 깊이 동의한다. 지금 우리의 형편이 어떻든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며, 지금도 축복 속에 살고 있으므로 받은 축복을 주위에 나누어 줘야한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이 일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한마디라도 좋은 말로 동료와 친지들을 격려하고 특별히 본인이 없을 때 뒤에서 그 사람에 대한 칭찬을 하는 것이 바로 축복을 나누는 일이고, 그 축복이 상대방에게 가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말도 있다. “받는 기쁨은 짧고, 주는 기쁨은 길다. 늘 기쁘게 사는 사람은 주는 기쁨을 가진 사람이다.”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모두가 옳은 말이기는 하지만, 필자도 얼마나 실천하고 행동에 옮길지 자신이 없다. 누구에겐가 도움을 주고, 줄때의 기쁨이 더 큰 기쁨을 돌려받게 된다는데, 이 한해를 보내면서 무언가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실천해 보려한다. 벽에 걸린 달력이 마지막 한 장뿐인 걸 보며 문득 괴테의 교훈적인 싯귀가 생각나서 옮겨봤다.

“서두르지 말라, 생각 없는 행동이 정신의 속도를 망치지 않도록 하라.
숙고하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라.
그러한 바탕위에서 할일을 결정하라.
서두르지 말라, 세월은 무모한 행동을 덮어주지 않는다.
쉬지 말라, 인생은 흘러간다.”

(213)272-1234


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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