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난 달라이 라마
▶ 원불교 샌프란시스코 교당 교무
지난 주 14일에 스탠포드 대학에서 있었던 달라이 라마의 강연회에 다녀왔습니다. 한 사람의 영적인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느낄 수 있는 순간, 스탠포드 Maples Pavilion 강당을 가득 메운 6500여 명의 사람들. 과연 무엇을 바라고 이 자리에 온 것일까.
달라이 라마가 들어오는 순간 모두 숙연한 가운데 자리에 서서 그를 맞이합니다. 수많은 대중들은 누구의 지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아니면 어떠한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서 다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들어오는 그의 모습은 꼭 천진한 어린아이 같습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면서 얼른 자리에들 앉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마련 된 법좌에 앉으라고 하자, “더 많은 얼굴들을 보기 위해서 서서 해야지.” 하면서 일흔이 넘으신 노구를 이끌고 스탠드 마이크로 걸어갑니다. 젊은 사람도 한 시간을 넘게 서서 말하기란 쉽지 않은데, 달라이 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치지 않은 같은 음성으로 한 시간 여 동안 6500명이 넘는 대중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 힘은 간결한 언어 속에 담긴 인종, 민족, 국가 그리고 종교를 뛰어 넘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 있었습니다. 앞으로 인류의 보편적인 자비심을 기르기 위해서는 종교적인 접근 보다는 세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달라이 라마. “기독교를 신앙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을 열심히 숭배하다보면 “나”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되지요. 그렇게 자신의 이기심에서 점차 벗어나는 것이 자비심을 기르는 방법입니다. 불교와 같이 신을 상정하지 않은 종교는 바로 자신의 마음이 세상의 창조자이지요. 그러니 자신의 수행을 통해서 자비심을 길러 가면 이 세상의 평화가 오게 되지요.” “21세기는 바로 여기 앉아 있는 젊은이들에게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은 상대방을 공경하는 자세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공경하고, 그리고 그 다른 의견을 귀 기울여 잘 듣고, 그리고 나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서로 대화를 통해서 평화와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지요.약 6500여 명의 관중에는 어린아이에서부터 연세가 지긋하신 분까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관중이 함께 모여 있어 산만할 만도 한데, 달라이 라마의 간결하고 쉬운 언어를 통해 퍼지는 강렬한 메시지는 이 모든 관중을 사로잡았습니다.
또 다른 것은 바로 유머의 힘입니다. 달라이 라마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사랑과 자비심은 바로 가정에서부터 특히 어머니의 사랑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서두를 꺼낸 후,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릴 적 어머니 무동을 타고 어머니의 귀를 잡고 이리 저리 조종을 했던 이야기에 대중들은 잠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일시에 웃음을 터트립니다. 이러한 꾸미지 않는 달라이 라마의 모습에 왠지 모를 한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에게 말하는 듯한 편안함은 어느새 6500여명의 관중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려하는 달라이 라마의 노력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주요 설법 내용은 “자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자비심을 어머니의 사랑에 비유하기도 하고, 자비심을 가질 때 더 건강해진다는 과학적 사실들을 증거로 들기도 합니다. “I, me, mine"을 많이 말하는 사람일수록 심장 마비에 걸리기 쉽다는 과학적 근거를 들면서 나라는 욕심과 이기심에서부터 벗어남이 바로 인류를 진정한 행복한 삶으로 이끈다고 역설하는 달라이 라마. 불법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위해한가를 느꼈던 시간, 이 자리에 함께 한 많은 사람들이 또한 저와 같은 자각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인류의 행복이 한 발 더 가까워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