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아루나 리

2010-10-03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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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에 대하여

한달 전 시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몇 해 동안 파킨슨과 치매로 투병하였지만 돌아가시는 몇일 전 까지 음식도 잘 드시고 의식도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 시어머니가 삼일 간 출장을 간 사이 병세가 악화되었는데 왠지 며칠을 넘기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 숨을 곧 거둘것 같은 느낌. 그런데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 없는 느낌.
드디어 곡기를 끊었다. 물도 넘기지 않고, 숨결이 거칠어졌다. 아버님의 침대곁에 앉아 손을 잡으니 여전히 따뜻한 기운이 전해온다.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일은 이마에 물수건이라도 올려 놓고, 손이라도 꼭 잡아 드리는 것 밖에 없다.
육신의 고통이 끝나기를, 질긴 병으로 부터 벗어나기를 그래서 숨을 거두기를 지켜보는 숨막히는 시간.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친구와 동료, 가족들에게 둘러 싸여 마치 해산의 긴 고통을 뚫고 아기가 태어나듯 온 힘을 다해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한다. 어느 순간 눈 한번 크게 뜨더니 들이쉰 숨을 내쉬지 않았다. 정말 생사가 호흡지간이란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다.
모두들 울었다. 이제는 더 이상 형상으로 아버님을 볼 수 없고, 그의 따뜻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함께 웃을 수 없고,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 음식도 나눠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울었다.
돌아가신 이를 위해 금강경 일부분을 독송한 후, 이어서 성경의 한구절도 읽어 드렸다. 아버님이 즐겨 듣던 파키스탄 출신의 이슬람 음악가인 누스라트 파테 알리 칸의 노래도 틀어드렸다. ‘알라~’ 알라신을 찬양하는 노래가 구구절절 가슴을 파고 든다.
열흘 후 아버님의 유언에 따라 화장된 재를 평소 좋아하시던 마린의 포인트 레이즈에 뿌려드렸다. 아버님의 몸은 땅으로, 물로, 불로 그리고 바람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갔다. 모여서 형상을 이루었던 것들이 흩어지는 순간, 오히려 근원적인 가까움이 느껴진다.
재를 뿌리고 돌아오는 길에 다섯살된 아들이 문득 던지는 말이, "Mom, I’m not sad because it’s a part of life."
그렇다. 모였던 것이 흩어지고, 흩어졌던 것이 다시 모이는데 슬퍼하지 말자. 그래도 형상의 세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더이상 볼 수 없기에 목놓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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